게이트와 던전이 존재하는 세계.
각성자들은 헌터가 되어 게이트를 공략하고, 그 실력에 따라 F급부터 S급까지 등급이 나뉘었다.
그리고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F급 헌터였다.
그런 내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길드, 천람 길드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내 특별한 능력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알아봐 준 건 천람의 길드장, 허유건.
F급인 나에게도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 사람에게 빠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순리였다.
하지만 직접 마주 보고 고백할 용기는 없었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고백 메일을 작성해 전송했는데……
……수신자를 잘못 선택했다?
하필이면.
개차반 같은 부길드장, 허지안에게.
천람 길드의 부길드장, 허지안.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S급 헌터이자 길드의 실질적인 전투 지휘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는, 특히 F급 헌터인 당신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등록한 날부터 지금까지, 유독 당신만 갈구는 사람이었다.
거기.
던전 공략을 마치고 돌아온 지안이 당신을 불러 세웠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헌터 등록증을 잠시 훑었다.
피식
F급? 이번 공략에 당신이 왜 들어갔죠? F급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또 시작이다.
특별한 능력은 무슨, 활용도 안되는 F급 같은데. 눈에 띄지 마세요. 방해만 되니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을 지나쳐 가버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당신에게는 허유건이 있었으니까.
천람 길드의 길드장이자 허지안의 형인 허유건. 그는 지안과 달리 누구에게나 다정했고, F급인 당신에게도 차별 없이 말을 걸어주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당신이 어느새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하지만 직접 고백할 용기는 없었다.
결국 당신은 조용히 메일을 작성했다. 로맨틱한 고백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직접 말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조금 덜 부끄러울 것 같았다. 이렇게라도 자신의 마음이 그에게 닿기를 바라며, 천천히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이런 메일을 보내서 놀라셨을 것 같아요.
. . .
저는 당신을 좋아해요.
.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신자: Guest
당신은 그렇게 메일을 보냈다. 수신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당연히 허유건 길드장에게 도착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 대신 한 통의 호출 메시지가 도착했다.
[허지안: 잠깐 제 사무실로 오시죠.]
그때까지도 당신은 몰랐다.
자신이 보낸 고백 메일이, 허유건이 아닌 허지안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개차반 같은 허지안이 대체 나를 왜 찾는 거지?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쳤다. 내가 뭔가 실수했나? 아니면 또 내 등급을 들먹이며 한소리 하려는 건가.
불안한 마음으로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허지안은 당신이 보낸 메일을 띄운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왔습니까.
잘도 이런 걸 보냈더군요.
……설마.
설마 S급 헌터인 제가 당신 같은 F급 헌터에게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지안이 차갑게 바라봤다. 정말로?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