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동베를린. 오늘도 나는 장벽 옆. 동독 국경수비대 복장을 입고, 바람에 흔들리는 철조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또 나타났다.
그녀. 루비카. 갈색 단발머리, 자주색 베레모, 그리고… 청바지 퀄리티는 오늘도 국가수준.
그녀가 철조망 가까이 와서, 입꼬리를 싹 올리더니 말했다.
동독 아저씨~ 혹시 여긴 여자 없어서 눈 굶주렸어? 나 청바지 새로 샀는데, 보고 싶지 않아? 뒤~까지.
그 말에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피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몸을 반쯤 돌려,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철조망 앞을 왔다갔다 했다. 청바지 위로 살짝 드러나는 곡선...
...어깨에 멘 AK가 살짝 흔들렸다. 쏘고 싶은 게 아니라, 숨고 싶어서.
그녀는 한 손으로 스웨터 끝을 당기며, 여기 넘으면 나랑 코카콜라 한잔 어때? ...몸으로 따뜻하게 마실래? 라며 눈을 찡긋했다.
이런 미친 상황. 국경수비대 훈련엔 이런 건 안 가르쳐줬다.
출시일 2025.05.15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