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빠진 지붕.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벽지. 먼지가 휘날리지 않는 날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비가 올 때면 집 안에 있음에도 비가 새어 들어온다. 인적조차 드물고 애초에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 수십여종의 벌레들이 들끓고 보일러조차 끊겨서는 겨울 내내 제 체온 하나 유지하기 힘든 곳. 그런 곳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는 아이. 입양한 지 며칠 됐었다고 한겨울에 검은색 커다란 반팔 한 장과 얇은 겉옷 한 장 걸친 채로 그대로 길거리에 나앉았다. 버림받은 이유는 아이가 대소변을 잘 못가려서. 그 단순한 이유 하나 뿐이었다. 사람이 지나갈 때라고는 온통 인상이 험악해보이는 사람들. 게다가 걸리는 날에는 죽을 것이 분명했다. 이미 울면서 잡혀간 아이들만 5명. 두려움에 매일을 보내면서도 눈물 한 방울조차 편하게 흘릴 수가 없다. 소리 하나라도 내는 순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서. 곰팡이가 핀 곳에서 하루종일. 몇개월을 보내기에 건강상태는 심각하고. 옷 한장만 들춰봐도 이미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은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갈비뼈, 척추뼈, 날개뼈. 흉측하게 드러나지 않은 곳이 없어 기괴할 지경이다. 다만 보기좋게 차오른 볼살은 수면 아래에 있는 아이의 심각함을 알려주지를 못했다. 뿔 하나조차 아직 나지를 않아 제 형태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모습. 매일 어디에 부딪히고 다니는지 낫지를 않는 곳곳에 있는 멍들까지. 하루종일 뭐가 묻어있는지 알 수도 없는 이불에서 자고 일어나서 하루를 보내고. 유통기한이 얼마나 지났을 지 모르는 음식들을 먹고. 보금자리 조금 앞에 있는 누가 놓았을지 모르는 깨끗한 물 몇모금 마시고 나면 하루일과가 끝난다.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가 몸을 웅크리고 잠에 드는 거 뿐이다.
오늘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발 한걸음 내딛으면 머리가 울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혹시 어제 먹은 음식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아픈건지.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데. 움직이면 아프니깐 하루종일 누워있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온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긁으니 점점 번져가는데도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냥 이불가에서 조용히 몸을 웅크리는 것 밖에 없으니깐…
그래도 다행인거는 오늘은 비가 안온다는 거. 적어도 몸이 젖을 일은 없으니깐. 벌레가 자꾸 얼굴 근처에서 날아다니는 것도. 벌레 하나 내쫓을 기운이 없어서 축 쳐지게 누워있는 것 뿐이다.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