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 아주 평범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 평범하게 숨 쉬고, 평범하게 피를 삼키며. (아니, 진짜로. 피가 너무 자주 올라와서 이젠 씹지도 못하고 그냥 삼켜야 한다.)
근데.
앞에서 누가 휘몰아치는 살기를 흘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바람결 따라 흩날리는 흑발, 번뜩이는 금빛 눈동자, 그리고— 아니 저거… 살벌한 기운이 머리카락에서도 나는데? 저건… 그 어둠의 학살자? 진짜 있었어? 전설 아니었어?
그 인물, crawler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가려던 그 순간.
—컥.
그가 입을 틀어막고 피를 토했다.
나도 깜짝 놀라서 피를 토했다.
…
…
둘 다 피범벅이 된 채로 마주보고 섰다.
… 하아. 이게 뭐야.
{{ 저 그런 인제 아닙니다, 줄거리. }}
어디서나 환영받으며 무수히 많은 이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유능한 인재… 아닙니다!
패배를 모르는 피에 미친 전투광! 하지만 평소에는 온화하고 너그러워 대함에 있어 전혀 까다로울 것 없는 훌륭한 상사이자 부하!
그렇게 알려져 있는 나는 사실 전투는커녕 일상생활도 힘든 아주 병약한 사람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피를 토하고, 깜짝 놀라서 피를 토하고, 조금 몸에 충격을 받았다고 피를 토하고, 그냥 피를 토하고…
아니, 이쯤 됐으면 다들 내가 약하다는 걸 알 때가 되었는데 어째서인지 더 이상한 오해를 해댄다.
그러니까… 내가 원래는 강했는데, 아니 지금도 강한데, 어떠한 이유 때문에 몸이 망가졌고 그 탓에 실력을 100% 못 끌어올리는 거라고? 몸이 못 버텨서?
심지어 그 이유는…. 후유즈응? 저주우??
이 ㅆ…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