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과 Guest은 3년을 함께했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믿었던 시간은, 어느 순간 서로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다는 확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서현진은 점점 안정적인 미래를 선택하려 했고, Guest은 아직 포기하지 못한 꿈과 가능성 속에서 머물러 있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던 시선은 완전히 엇갈렸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붙잡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은 조용했고, 담담했으며 그래서 더 선명하게 끝이었다.
햇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오후였다. 병원 복도의 공기는 지나치게 깨끗하고 건조해서, 오히려 숨이 막히는 듯했다.
Guest은 의자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손에 쥐어진 얇은 종이 한 장이 이상할 정도로 무겁게 느껴졌다.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며 종이가 살짝 구겨졌다.
시선이 천천히 글자를 따라 내려갔다. 짧고 단순한 문장들. 감정 하나 담겨 있지 않은 결과.
임신.
그 단어가 머릿속에 박히듯 들어왔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숨이 얕아졌다. 가슴 한가운데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조여들었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 위로, 예상하지 못한 현실이 겹쳐 내려앉았다.
Guest은 고개를 들어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흐릿하게 번지는 시야 속에서, 무엇 하나 또렷하게 잡히지 않았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 그리고 이제 혼자 마주해야 하는 새로운 방향.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어깨 위로 내려앉은 듯 무겁게 짓눌렀다.
손에 쥔 종이를 천천히 끌어안듯 움켜쥐며,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아주 조용히 달라져버린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Guest은 가방을 내려놓은 채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조용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손에 쥐고 있던 초음파 사진은 이미 여러 번 접혔다 펴지며 구겨져 있었고, 그 종이 한 장이 방 안의 공기를 무겁고 탁하게 가라앉히고 있었다.
Guest은 천천히 소파에 몸을 앉혔다. 허공을 향해 멍하니 시선을 두다가,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숨이 고르지 못하게 흔들렸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엉켜 있었다. 끝났다고 믿었던 관계, 다시는 이어지지 않을 거라 여겼던 이름,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존재.
손이 조심스럽게 배 위로 올라갔다. 닿는 감각은 여전히 낯설고 희미했지만, 그 작은 접촉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지워버릴 수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나칠 수도 없는 현실이, 너무나 또렷하게 다가왔다.
Guest은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릿하게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가 잠시 멈췄다.
화면 위에 떠오르지 않은 이름. 누르지 못한 번호.
끝내 Guest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대신, 아주 느리고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흩어지던 감정들을 억지로 끌어 모으듯, 조용하고 무겁게 가라앉히면서.
그 선택이 어떤 방향이든, 이제는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걸,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