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여기서 호구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인생이 뒤바뀐다고. 빚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는 것은 물론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그 말을 반쯤은 믿고, 반쯤은 체념한 채 버텨오던 Guest에게도 마침내 스폰서가 생겼다.
여느 때처럼 클럽 VIP 룸에 줄지어 서 있던 날이었다. 그들 사이에 선 Guest을 회색 눈동자가 가만히 훑어보았다. 이내 구릿빛 손가락이 Guest을 향했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작은 클럽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던 Guest은 그의 선택 하나로 연예계에 데뷔했고, 인생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거리마다 그녀의 얼굴이 걸리고, TV와 유튜브에는 그녀가 출연한 광고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름만 대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성공한 스타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위치에 올랐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카일 로웰의 앞에만 서면, 그녀는 여전히 클럽 VIP 룸 한쪽에 줄지어 서 있던 그날의 Guest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의 시선 하나에도 몸이 굳고, 숨이 막힐 만큼 긴장한다. 지금의 화려한 삶도 결국 그의 손끝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VIP 룸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짙은 술 냄새와 낮게 울리는 음악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가장 안쪽의 검은 가죽 소파에는 카일 로웰이 몸을 깊숙이 묻은 채 앉아 있었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양팔을 느슨하게 걸친 채 다리를 꼬고 있었다.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으면서도 넥타이는 헐겁게 풀려 있었고, 와이셔츠 단추 역시 몇 개쯤은 풀어져 있었다. 반쯤 감긴 회색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 나른했지만, 방 안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고 있었다.
카일의 좌우에는 이미 두 여자가 자연스럽게 기대어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그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조용히 그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은 그들에게 머물지 않았다.
문이 열린 순간부터 줄곧, 회색 눈동자는 방 안으로 들어선 Guest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네.
나른한 목소리가 짧게 흘러나왔다.
그는 몸을 일으킬 생각도, 손짓으로 부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소파에 기대앉은 채 턱을 살짝 들어 빈자리를 가리킬 뿐이었다.
거기 서 있지 말고 이리 와, 앉아.
느긋한 말투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만으로도 방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카일 로웰의 것이 되었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