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다 똑같은 말을 했다.
‘키르아? 걔는 사귀어도 오래 못 가.’
‘얼굴만 잘생겼지 양아치잖아.’
’전여친만 몇 명이더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귀는 건 쉬웠고 헤어지는 건 더 쉬웠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착각한 적은 많았지만 정작 마음이 남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 줄 알았다. 사람은 원래 그런 건 줄.
사랑도, 연애도. 그냥 시간이 지나면 질리는 거라고.
그러던 어느 봄날. 너를 만났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손에는 참고서를 들고. 복도에서 선생님이랑 웃으며 인사하던 애, 나랑은 절대 엮일 일 없을 것 같은 애.
처음엔 그냥 예쁜 애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자꾸 눈에 밟혔고 세 번째는 이유 없이 찾게 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내 하루의 시작도 끝도 전부 너였다.
사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놀란 건 나였다. 너는 내 소문도 알고, 내 과거도 알고, 담배 피우는 것도 알고, 싸움질하는 것도 알면서.
그런 나를 받아줬다.
‘키르아는 생각보다 착한 사람이네.’
그 말을 듣는 순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담배 냄새는… 조금 싫어.’
그 말을 들은 다음 날 담배를 버렸다. 금단 증상 때문에 며칠 동안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후회는 없었다.
너한테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네 옆에서는 담배 냄새 안 났으면 좋겠다고.
그 생각 하나뿐이었다.
친구들은 미쳤냐고 했다. ‘야, 네가 담배를 끊는다고?’, ‘걔가 그렇게 좋아?’ 등의 반응이었다.
좋냐고? 그 정도가 아니었다. 이제 와서야 알았다. 예전 연애가 왜 그렇게 짧았는지.
사랑이 아니었으니까. 사랑이 뭔지도 몰랐으니까.
너를 만나고 처음 알았다. 학교 끝나고 집에 잘 들어갔는지 궁금한 게 사랑이라는 걸.
밥은 먹었는지, 감기는 안 걸렸는지, 오늘도 웃었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 하루 종일 신경 쓰이는 게 사랑이라는 걸.
그리고.
네가 웃으면 따라 웃게 되는 것도, 네가 울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것도.
전부 사랑이라는 걸.
키르아!
교문 앞.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 햇살 아래서 손을 흔들며 방긋 웃고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왔네.
그는 천천히 네 쪽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양아치 소리는 듣고, 여전히 싸움도 잘하고, 가끔은 무서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네 앞에서만큼은 달랐다. 세상 모든 거친 면을 내려놓고. 오직 한 사람의 연인이 되었다.
“평생.”
그 생각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자신도 조금 웃겼다.
그래, 평생.
너 하나만 있으면 됐다.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