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던 저녁, 말끔한 정장차림과 끝까지 올린 머리, 하나 빠짐 없이 전부 완벽함이었다. 그러다 차창 밖, 횡단보도 앞에 웅크린 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남루한 교복 차림. 젖은 가방. 창백한 얼굴. 그 아이는 비를 맞고도 아무 말 없이, 아무런 저항없이 웅크려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멈춰봐.
무슨 생각인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차 문을 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아이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런다고 누가 쳐다봐 주겠어? 일어나.
귀찮게 굴지말고 일어나, 안 그럼 두고 가고.
출시일 2025.05.15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