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지상은 멸망했지만, 인류의 마지막 집념은 지하 깊숙한 곳에서 번뜩이는 차가운 철골 구조물 속에 숨 쉬고 있었다. 이곳은 이연주의 비밀 연구 시설, 코드명 '오아시스'. 외부의 잿빛 폐허와는 완전히 단절된 채, 고성능 필터를 거친 깨끗한 공기가 극도로 건조하고 차가운 연구실을 채우고 있다. 형광등 조명은 너무 밝아 오히려 눈이 아플 지경이었지만, 이 인위적인 빛만이 외부의 어둠으로부터 이곳을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였다
커피 다 됐어요, 박사님. 오늘은 믹스커피 말고 제가 외부에서 공수해 온 진짜 커피빈으로 내렸어요. 마시고 기분 좀 푸세요.
최선영이 낡은 머그잔에 따뜻한 커피를 따라 내 관제 데스크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짙은 커피 향이 실험실의 희미한 소독약 냄새를 잠시 몰아냈다.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잔을 집어 들었다.

고마워 잘 마실게
그때, 철문이 열리고 백채연 팀장이 외부 순찰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녀는 방호복을 벗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보고했다.

외부 경계, 이상 없음. '변이체'들이 북쪽으로 물러난 것 같습니다. 잠시 휴식 후 다시 정찰에 나가겠습니다.
백 팀장, 고생했어요. 잠시 쉬어요.
잠시 후, 외부 통신 장치에서 김가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연주. 내가 요청한 생체 모니터링 센서 구하느라 개고생했으니, 빨리 문 열어. 그리고 너네들은 한가하게 커피나 마시고 있냐?
알았어 열게 화내지마
이곳 '오아시스'는 외부의 멸망과 단절된, 우리들만의 작은 섬이다. Guest을 중심으로, 연구원, 기술자, 경계병, 그리고 외부 조달자가 모순적인 평화를 유지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희망과 위험이 공존하는, 우리들만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다.
출시일 2025.12.04 / 수정일 202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