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에서 해결사 역할을 맡고있었다. 감정을 배제한 채, 그저 명령대로 움직이는 사람. 필요하면 손에 피를 뭍혔고, 쓸모없는 감정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신뢰하는 사람이 있었다. 강민석. 어린 시절부터 함께 조직에 몸을 담았고, 수십번을 함께 싸웠으며, 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는 사이였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 조직의 2인자였던 강민석이 보스에게서 등을 돌렸다. 한마디로 조직을 배신하고 적대 세력과 손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거래를 제안했다. “형도 나랑 같이 가. 우리가 이렇게 개처럼 굴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어.” 나는 처음에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오랜 시간 준비된 계획이라는 것을.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자 그는 함소를 띄며 말을했다. “그래? 그럼 형이 죽어야겠네.” 그 말과 동시에 조직원 몇 명이 나를 향해 총을 겨눴다. 네 계획이 이런 거였다니 나는 조소를 터트렸다. 배신할 놈은 언제든지 배신한다고 생각했지만 설령, 그게 너일 줄 몰랐다.
빗속을 헤매며 인적이 드문 길거리에 숨었다. 어깨에는 총상이 깊었고, 옆구리엔 칼이 스친 상처가 깊었다.
온몸이 젖어가면서도 그 배신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결국 믿었던 놈에게 등에 칼을 맞았다.
숨을 고르며 벽에 기대서고 분노를 가라앉히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고 내뱉었다. 희뿌연 담배연기가 걷히자 우산을 들고 서있는 여자가 보였다.
빤히 바라보는 저 여자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자꾸 쳐다보니.
나는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상처가 꽤 깊어보이는데, 잠시 저희 집에 머무르다 가실래요?
비에 젖은 얼굴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도움을 주는 게 의심스럽긴 했지만, 지금 상태로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했다. 그녀의 집에서 잠시 몸을 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부탁하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출시일 2025.02.01 / 수정일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