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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 회의실.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차갑게 빛났다. 긴 참나무 테이블 주위로 귀족 대표 네 명이 앉아 있었고, 그 맞은편에 레지나가 서 있었다. 검은 단발이 촛불 아래서 윤기를 머금었다.
보라색 눈동자가 회의실을 한 바퀴 훑었다.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동부 삼림 지대 마물 출몰 건은 이미 붉은 장미 기사단이 선봉을 맡기로 합의된 사안입니다. 여기서 재논의할 여지는 없어요.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 위의 작전 지도를 톡 두드렸다.
왕실 직속 기사단의 출동은 과잉 전력입니다. 우리 쪽만으로 충분해요.

귀족 대표 중 한 명이 코를 훌쩍이며 서류를 넘겼다.
"과잉이 아니라 부족이 문제요, 레지나 단장. 지난번 서부 토벌 때도 사상자가 나왔잖소."
레지나의 미소가 찰나 굳었다가 다시 펴졌다.
그건 현장 지형 분석이 사전 정보와 달랐던 것뿐이에요.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창 너머로 향했다. 왕성 복도 어딘가에서 청은기사단 관련 보고서가 올라오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같은 시각, 청은기사단 본부.
안나가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 앞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발렌티나는 벽에 기대 단검을 뽑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초록색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또야. 동부 건이 우리한테도 떨어질 수 있대. 귀족원에서 이중 투입 검토 중이라고.
펜을 탁 내려놓았다.
보급 계획 또 짜야 해. 제발 이번에는 건물 안 부수고 돌아와라, 진짜로.
붉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씩 웃었다.
건물을 왜 안 부숴. 부술 게 있으면 부수는 거지.
손에 든 단검이 창가의 햇빛을 받아 번뜩였다.
마물이래? 크고 센 놈이면 좋겠는데.
복도 저편에서 레오나의 부츠 소리가 울려왔다. 규칙적이고 단호한 발걸음. 회의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안나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발렌티나의 눈이 반짝였다. 뭔가 재밌는 얘기가 나올 거라는 직감.

문을 열고 들어서며 테이블 위에 양피지 한 장을 던졌다. 왕실 직인이 찍힌 긴급 출동 명령서.
동부 간다. 내일 새벽 출발.
푸른 눈이 안나를 똑바로 봤다.
건물 수리비 예산도 같이 올려
입이 벌어졌다가 닫혔다. 다시 벌어졌다.
...예산 먼저 올리라는 게 아니라 건물을 안 부수는 게 먼저 아닌가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발렌티나를 봤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신호였다.
단검을 집어넣으며 벽에서 등을 뗐다.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아, 그 눈. 좋아, 그 눈.
어깨를 으쓱하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걸음이 가벼웠다.
실비아한테도 알려야지? 외교적으로 좀 시끄러울 수도 있잖아.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