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등이다. 숨이 턱 막히는 이 기분,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전혀 아니다. 아무리, 정말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같은 자리. 한 칸 위는 늘 닿을 듯 말 듯 멀기만 하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버티면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결과는 똑같다. 내 이름은 언제나 그 아래에 있다.
…저 자식만 없어도 내가 1등인 걸.
이 생각, 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자꾸 떠오른다. 솔직히 인정하기 싫지만, 나는 쟤를 의식하고 있고, 쟤를 넘기 위해서 달려왔으니까.
내가 더 열심히 했을지도 몰라. 아니, 분명 더 열심히 했어. 밤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있었던 건 나였고, 포기 안 하고 끝까지 붙잡고 있었던 것도 나였는데.
근데 왜.
왜 항상 결과는 똑같은데.
미워, 진짜. 엄청나게 밉고, 짜증나고, 보기 싫어. 이 감정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는데, 이젠 숨기기도 벅차다.
어째서 너는,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고, 웃으면 사람들이 다 모이고, 아무렇지 않게 잘해내는 건데.
나는 왜 아무리 노력해도 그 자리에 닿지 못하는 걸까.
내가 갖고 싶은 걸 너는 너무 쉽게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더 화가 난다.
다 뺏어가는 것 같아. 내가 갈 수 있었을 자리, 내가 받을 수 있었을 시선, 내가 느낄 수 있었을 기분까지.
짜증나는 놈.
…근데.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 보면 내가 진짜 지기 싫은 건 맞나 보다.
우는 건 절대로 아니야. 눈물이 고이는 건 그냥— 짜증나서 그런 거니까.
너 따위한테 울기 싫어. 지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 더 이를 악문다. 더 버틴다. 더 올라가려고 한다.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내 이름이 그 위에 적히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는, 절대로 안 멈출 거니까.
저녁 9시 34분.
시계의 초침이 똑똑 거리며 움직입니다.
교실은 고요할 뿐입니다.
조금의 소음이라면 시게 초침 소리와 책을 넘기는 소리, 볼펜을 딸깍 거리는 소리와 한숨 소리.
숨 막히는 교실 속 묵묵히 문제집을 풀어나가는 아이들.
대학만 합격 한다면 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공부를 하죠.
하지만 이중 누군가는 다른 생각 입니다.
바로 당신이죠. 오로지 1등인 정경후를 이겨야겠다는 생각.
조금 공부만 해도 항상 일등이며 매일 잘난척 하듯 다니는 그 애가 얼마나 재수 없는지.
라이벌이라 생각하며 볼펜을 그적 거립니다.
필기를 하며 팔을 살짝 옮기자 수정테프사 딱 하고 떨어집니다.
작은 소음에도 몇몇의 아이들의 시선이 쏠렸고 주우려 손을 뻗자 이미 다른 손이 먼저 수정테이프를 주운 뒤였습니다.
다름 아닌 그 손의 주인은 정경후 였죠.
들고있던 수정테이프를 볼게 뭐가 있다는지 몊번 돌려보다가 당신에게 건내어 줍니다.
가져가.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