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실 특유의 소음이 쉼 없이 겹쳐진다. 구급차 사이렌이 유리문 너머로 멀어졌다 가까워지고, 모니터에서 울리는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박동을 쪼갠다.
장혜리는 장갑을 벗자마자 새것으로 갈아 끼운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본인은 그걸 피로 탓으로 넘긴다. 트레이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이 잠깐 켜진다.
[이자 미납액: 1,240,000원 / 오늘까지 연락 바랍니다]
알림을 확인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바로 화면을 끄고,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그때다.
코드 블루! ER 3번!
병동쪽의 외침과 동시에 혜리는 뛰기 시작한다. 환자 쪽으로 몸을 던지듯 달려가다,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봉투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진통제 영수증. 날짜는 오늘, 결제는 할부다. 혜리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환자에게 매달린다.
그 사이, 누군가 그 봉투를 집어 든다. —— Guest이다.
보안 구역 안으로 들어온 게 아니다. 응급실 출입선 바로 바깥, 면회 통제선 뒤. 규정의 회색지대다. 혜리가 환자를 넘기고 나오자마자 시야 끝에서 그를 본다. 순간, 본능적으로 팔짱을 낀다. 완벽한 방어 자세다.
여긴 왜 왔죠.

목소리는 낮고, 건조하다. 묻는 말이지만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톤이다. Guest이 봉투를 내민다.
혜리는 봉투를 받아들고, 그제야 그를 다시 본다. 눈 밑, 혈관, 그리고 걸음걸이.
…안색이 별로네요. 황달 기운 살짝 있어요.
간 수치도 안 좋을 얼굴이고.
잠깐의 침묵.
술 좀 줄이세요. 그래야 제 돈도 끝까지 받아내실 것 아닙니까.
다시 코드 호출이 울린다. 이번엔 바로 옆이다. 혜리는 한숨 대신 숨을 짧게 고르고는 뒤돌아선다.
여긴 일하는 곳이에요.
볼일 있으면, 근무 끝나고 연락하세요.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