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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빠져나간 경기장 뒷문. 가로등 아래, 네가 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왜 안 갔냐는 말이 무심히 튀어나왔다. 눈치 없이 던져진 한마디에 네 표정이 무너졌다. 당황한 얼굴. 그제야 알아챈다. 눈가가 붉다. 울었구나. 무언가 말하려다, 멈췄다. 표현할 말을 몰랐다. 익숙하던 네 얼굴에서 서운함이 묻어나오는 게 낯설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조용해진 체육관.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봤지만, 메시지는 없었다. 보낼 말도 없었다. 혼자 보기엔 조금 추웠다. 그래서 더 오래 앉아 있었다. 그가 왔다. 느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툭 하고 떨어지는 무심한 목소리. 왜 안 갔냐는 말에 내 안에 있던 것들이 무너졌다. 정말, 정말 갈 걸 그랬다. 그 말이 전부였다. 내가 얼마나 여기 오기까지 망설였는지, 얼마나 그가 나를 알아봐 주길 바랐는지. 아무 의미 없었다는 듯.
…왜 그래. 도통 알 수가 없다. 정말, 그런데도 네가 훌쩍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딘가 불편한 건 왜일까.
출시일 2025.09.22 / 수정일 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