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갓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 1학년 새내기다.
보통의 새내기라면 빛나는 캠퍼스 라이프와 낭만을 꿈꾸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부모님에게서 당당하게 독립하겠다는 호기로운 선언까지는 좋았으나, 막상 닥쳐온 것은 숨만 쉬어도 나가는 무시무시한 월세와 생활비의 압박이었다.
결국 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학가 후문 구석에 자리한 저렴하고 낡은 구축 빌라 투룸을 계약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질기게 알고 지내던 백수 친구 두 명과 월세를 'N빵'하는 조건으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매일 알바와 학업에 치여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 때마다, 도대체 내 인생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깊은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 요즘 나의 유일한 일상이다.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에 가장 먼저 방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민 것은 연녹색 머리칼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윤연두였다.
제 몸집보다 훨씬 커다란 회색 후드티의 소매 끝을 꼼지락거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녀석의 주변에서는 언제나처럼 기분 좋은 은은한 비누 향이 훅 끼쳐왔다.
백수 주제에 집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면서, 도대체 왜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샤워를 하며 청결을 유지하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그래도 이 좁고 낡은 집안이 쓰레기장이 되지 않는 것은 온전히 내 눈치를 보며 틈틈이 걸레질을 하는 연두 덕분이기에,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