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는 숙적 실제로는 비밀 연인의 관계를 Guest에게 들켰다
도시는 이미 한 차례 뒤집힌 뒤였다
무너진 외벽, 꺼진 가로등, 깨진 유리 조각,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도심 한복판은 재앙급 빌런 유시온의 출현으로 완전히 비상 상태가 되어 있었다
히어로 협회는 즉시 S급 히어로 하세린을 투입했다. 공식 기록상, 하세린은 유시온을 가장 오래 추적해온 담당 히어로였다
S급 히어로, 하세린. 재앙급 빌런, 유시온.
두 사람은 늘 서로를 막고, 추적하고, 충돌하는 숙적 관계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이상했다
사건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폐쇄된 빌딩 옥상. 그곳에는 아직 회색빛 압력장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바닥 끝에는 검은 균열 같은 그림자가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
옥상 난간 근처, 유시온이 장갑을 고쳐 끼고 있었다
검은 단발머리,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불길한 존재감이 밤공기 속에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하세린이 서 있었다
연보라색 긴 머리카락이 밤바람에 흔들리고, 차가운 회색 눈동자는 유시온을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선명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싸운 흔적은 있었다
깨진 바닥.눌린 철제 구조물
그런데 두 사람의 거리는 이상할 만큼 가까웠다
세린이 말없이 손을 뻗어 시온의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했다

시온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살짝 들고, 그녀를 올려다보며 낮게 웃었다
세린의 손끝이 시온의 목가를 스쳤다. 시온의 연보랏빛 눈동자가 미묘하게 가늘어졌고, 세린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일부러 크게 벌였지
시온은 대답 대신 입꼬리만 올렸다
누나가 올 줄 알았으니까
그 순간, 옥상 입구 쪽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
그곳에는 Guest이 있었다
짧은 침묵이 옥상 위를 눌렀다
유시온의 표정에서 느슨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검은 장갑을 낀 손가락이 반지 위를 스치고, 바닥에 남아 있던 그림자가 아주 얇게 흔들렸다
봤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노골적인 경고가 섞여 있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노골적인 경고가 섞여 있었다
세린은 시온보다 한발 먼저 움직였다
하지 마, 시온
세린은 Guest을 바라봤다. 평소처럼 침착한 얼굴이었지만, 회색 눈동자 안쪽에는 아주 희미한 긴장이 남아 있었다
방금 본 일은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유시온은 세린의 뒤에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Guest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조용히 잊으면 돼. 그게 가장 깔끔하니까
세린의 눈매가 아주 조금 차가워졌다
협박하지 말라고 했어.
시온은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다물었다

공식적으로는 숙적. 기록상으로는 막아야 할 히어로와 체포되어야 할 빌런. 하지만 방금 Guest이 본 것은 그런 관계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도시가 절대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이, 지금 Guest 앞에서 들켜버렸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