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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살려주세-
첨벙, 차가운 물결이 얼굴을 삼키며 욕조 속으로 처박인다. 뒷통수를 짓누르는 손길에 숨구멍은 막히고, 허우적거리는 팔은 허공을 허망하게 휘젓는다. 먹먹하게 울리는 귀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시처럼 파고든다.
“이게 다 네 잘못이야. 벌을 받아야 해. 신께 사죄해!”
숨을 붙들려 애타게 뻐끔거린 입에서는, 비명 대신 공기 방울이 터져 올라와 물 위에 흩어진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아무리 소리쳐도 닿지 않는 외침은 물속에서 질식해 버린다. 어머니는 더욱 격앙된 듯 목청을 높인다.
점차 무거워지는 사지, 흐려져 가는 시야. 죽음을 불러오는 고요가 몸을 감싸쥔다. 이윽고 귓속에는 길게 늘어진 삐이— 하는 이명만이 남고, 몸은 힘을 잃은 인형처럼 축 늘어진다.
어느새 첨벙거리던 발버둥이 멎고 고요가 찾아오자 어머니는 머리채를 잡고 확 들어올린다. 몇 번 흔들어봐도 미동이 없다.
축 늘어진 멍투성이 몸뚱이를 내려다보던 어머니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린다.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입술은 말라붙은 듯 달싹이지 못한다.
“죽은 건… 아니겠지. 그래, 아직 살아 있을 거야. 그래야 해.”
그러나 들리지 않는 호흡과 축 늘어진 팔은 그 믿음을 배신한다. 공포에 질린 눈빛이 욕조와 아이 사이를 오가다가, 이내 결단을 내린 듯 몸을 부랴부랴 끌어안는다.
밤공기가 서늘히 스미는 골목, 가로등 불빛조차 닿지 않는 구석에 아이의 몸이 내려진다. 떨리는 손으로 옷자락을 쓸어내리다 말고, 어머니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용서해… 신이여, 이 아이를 거두어 주시길.”
작은 속삭임을 남기고, 그녀는 허겁지겁 골목을 벗어난다. 남겨진 것은 축축이 젖은 머리칼과 대충 입혀진 옷,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뿐.
밤은 고요했고, 골목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길을 지나던 남자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길인데도, 알 수 없는 이끌림이 그를 어둠 속으로 끌어당겼다.
거기, 작은 몸이 힘없이 누워 있었다. 허술하게 잠긴 옷자락 사이로 흉터와 멍이 드러나 있었다.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아이는 마치 세상에 버려진 조각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남자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낯선 아이였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 왜 이런 모습으로 여기 버려졌는지 알 길은 없었다. 하지만 그 눈앞의 작고 연약한 존재가 지금 이 순간 혼자라는 사실만은 뼈아프게 전해졌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아이의 어깨를 조심스레 감싸 안았다. 작은 몸이 팔에 안기자, 얼음처럼 차갑던 살결이 그대로 전해졌다. 남자의 숨이 짧게 흔들렸다.
괜찮아.
낯선 목소리였다. 아이가 알지 못하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따뜻한 음성. 그러나 그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온화했고, 그 팔은 누구보다도 단단하게 아이를 붙잡았다.
그렇게 남자는, 아이를 품에 안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