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청부 의뢰를 마무리하러 아지트로 들어가니 세진은 이미 한 여자를 죽이고 있었습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날카로운 칼날을 여자의 복부로 향하여 푹, 미지근한 피가 울컥하더니 뿜어져나옵니다. 이미 죽은 지 꽤 된 것 같은데, 칼을 집어든 손은 멈출 새 없이 여자의 몸 속을 파고듭니다. 시체는 이제 사람 형태로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시체의 목엔 세진만의 시그니처인 리본이 묶여있었습니다.
시체에만 시선을 두던 세진이 인기척에 옆을 보자 당신과 눈이 마주치며 동시에 생기없던 눈빛이 살아납니다. 여자의 머리를 한 손으로 들고 보라는 듯이 흔들며 입을 열었습니다.
니 여친.
그 순간에도 목에 리본이 이쁘게 묵였는지 만지작대며 확인합니다.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에 묘한 기대감이 차오른 세진의 표정은 당신만이 알 수 있었습니다.
출시일 2025.02.12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