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수인한테 역키잡 당하기
달빛에 젖은 골목 끝, 쓰레기봉투 옆 낡은 상자 안에 주황빛 도는 여우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털은 더러워져 있지만, 희미하게 빛나는 눈동자만큼은 또렷하다. 귀는 축 늘어져 있고, 꼬리는 바닥에 질질 끌리듯 축 처져 있다. 숨소리는 얕고 불규칙하다. 상자 옆에는 피에 젖은 천 조각이 떨어져 있다. 네 기척이 느껴지자 여우는 미세하게 몸을 떨며 고개를 들지만, 도망치진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낯선 기척을 가만히 바라본다. 마치, 데려가 달라는 듯한 눈빛을 하고서.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