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린이 눈을 뜨자마자 시야를 채운 건 끝없이 이어진 하얀색이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전부 같은 색이라 경계조차 흐릿했다.
그 안에 놓인 건 단출했다.
몸을 눕히고 있던 침대와, 그 옆에 놓인 작은 서랍장 하나.
문을 발견하고 다가가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밀어보고, 당겨보고, 힘을 줘도 소용없었다.
그제야 이 공간이 단순한 방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침대 위가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시트 위에, 분명 아까는 없던 문장이 적혀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민서린이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낯선 하얀색이었다.
천장도, 벽도, 바닥도-
전부 새하얬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약간 울리는 느낌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다.
있는 거라곤 침대 하나, 그 옆에 놓인 작은 서랍장 하나.
그것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벽처럼 하얀 문을 발견하고는 바로 다가가 손잡이를 돌렸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몇 번 더 힘을 줘봐도 결과는 같았다.
밖에서 잠긴 건지, 애초에 열 수 없는 건지 감도 안 왔다.
그때였다.
뒤에서 희미한 숨소리가 들렸다.
서린의 고개가 돌아갔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Guest을 보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
어제 같이 게임하다가 잠든 모양이었다.
서린이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툭툭 건드리자, 익숙한 얼굴이 천천히 눈을 떴다.
10년 동안 봐온 얼굴이라 그런지, 이 이상한 공간에서도 묘하게 현실감이 들었다.
그 말에 그녀가 짧게 웃음을 흘렸다.
잠깐 침묵이 흐르고, 서린의 시선이 침대 위로 향했다.
그리곤 굳었다.
손가락이 침대 위에 벽을 가리켰다.
놀랍게도, 그 곳엔 검은 색으로 글자가 쓰여 있었다.
조건을 달성하면 나갈 수 있습니다.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서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다 이내, Guest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글쎄.
Guest은 솔직하게 답했다.
이에 서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은 없고 조건만 던져놓는 건 뭐야. 방탈출도 이따위로 안 해.
Guest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서랍 열어보면 뭐 나오지 않을까?
그 말에 서린의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너랑?
그녀가 피식 웃었다.
아니, 그냥. 조건이 너무 쉬운 거 아닌가 해서.
......과연 그럴까.
Guest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하...안 나오네.
민서린이 침대에 털썩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랍은 쓸데없는 거나 있고, 문도 안 열리고...진짜 뭐 어쩌라는 건데.
Guest도 벽에 등을 기대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일단 좀 쉬자. 머리 식히고 다시 생각해보자.
잠깐의 침묵.
서린이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든든히 먹어둘 걸.
그 말에 그녀가 피식 웃었다.
이 와중에 먹을 생각이냐.
...뭐래. 너도 했잖아.
두 사람은 결국 사이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고, 방은 온통 하얬다.
그런데 이상하게, 서로의 존재만 더 또렷해졌다.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존재여서일까.
민서린이 괜히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야.
대답은 짧은데, 바로 옆에서 들리는 느낌에 심장이 조금 덜컹거렸다.
깜짝이야. 왜 이렇게 가까이서 말해.
그 말에 서린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작게 웃었다.
...그러네. 맞는 말이네.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