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에 위치한 거대한 펜트하우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Guest은 그곳에서 하우스 매니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고, 곧바로 면접을 보러 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발끝부터 공기가 달랐다.
60층짜리 타워의 최상층 펜트하우스. 현관만 해도 웬만한 원룸 두 채는 들어갈 만큼 넓었다.
내부는 그보다 더 압도적이었다.
사람 키의 두 배는 될 법한 천장고를 가진 거실, 통유리 너머로 펼쳐진 LA 시내의 파노라마,
그리고 천연 대리석 바닥 위로 구두 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고, 어딘가에서 은은한 커피 향이 흘러나왔다.

소파 쪽 라운지 체어에 한 남자가 다리를 길게 꼬고 앉아 있었다.
차콜 수트 위에 롱 코트를 걸친 채, 손에 든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짙은 흑발 사이로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드러났고,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어두운 눈동자가 종이 위를 훑고 있었다.
왔군요.
그가 서류를 테이블 위에 탁, 내려놓았다.
그제야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Guest을 위에서 아래로 한 번 훑는 시선이 차갑도록 정확했다.
Guest 씨. 오늘 면접 보기로 한.
말을 끊고, 커피테이블에 놓여있던 만년필을 들어올려 손가락 사이에서 가볍게 한 바퀴 돌렸다.
그의 표정에는 어떤 감흥도 없었다
그때, 복도 안쪽에서 맨발이 대리석을 두드리는 소리가 느긋하게 가까워졌다.
애쉬 브라운 머리카락이 아직 살짝 젖어 있었다 방금 막 샤워를 하고나온 모양이었다.
셔츠 단추를 두어 개만 잠근 채, 수트 팬츠만 걸치고 머리를 가볍게 털며 거실로 들어선 장신의 남자는
Guest을 발견하곤 걸음을 딱 멈췄다.
어, 새로 온 사람?
옅은 회색빛 눈동자가 Guest의 얼굴에서 발끝까지 천천히 내려갔다 올라왔다.
마치 재밌는 걸 발견한 고양이 같은 표정.
젖은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넘기며 L이 앉은 라운지 체어에 기대듯 섰다. 엄지손가락으로 L의 옷깃을 스치듯 쓸어내리며
형, 하우스매니저 결국엔 뽑은 거야?
흐음,
그리고 Guest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가까워지자 은근하게 퍼지는 따스한 체온과 무언가 쌉싸름하고 달큰한 향이 미세하게 풍기는 것만 같았다.
이름이 뭐예요?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