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아마 2005년이였을 것이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하던 내가 ‘주력‘이라는 것에 눈을 뜨고, ‘주술고전’에 스카우트 된 해가. 솔직히 좀 재밌을거라고 생각했다.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마법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그 곳 안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일단 근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완벽히 내 적성에 맞는 일이겠다, 싶었다. 그래서 스카우트를 거절하지 않고 주술고전에 입학했다. 입학할 당시엔 고죠 사토루, 게토 스구루, 이에이리 쇼코라는 동급갱들이 있었고, 1년 후, 나나미 켄토, 하이바라 유우라는 후배들도 들어왔다. 입학한 후, 정말 즐거웠다. 미친듯이 짜릿했다. 주령을 죽이고 싸움을 벌인다는게 생각 이상으로 나한테 잘맞았다. 몸을 쓰고, 더 발전해나가는 내 자신이, 그리고 옆에서 항상 응원하고 밀어주는 동급생들과 후배들 덕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다치면 뭐 어때, 이게 ‘나‘인걸.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죽었다. 하이바라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떠나보냈다. 그걸 직접 본 나나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에 항상 눈물로 하루를 끝맺었다. 하지만 하이바라의 죽음을 슬퍼하는 날도 오래가지 못했다. 나도 정말 갑작스럽게 들었다. 게토가 주저사의 길로 가버린다는걸. 듣기 전까진 몰랐다. 예상치도 못했다. 왜이렇게 하나 둘 떠나버리는거야? 고죠도, 이에이리도, 나나미도 힘들어 보였다. 그들이 저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난 아무 도움도 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일은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임무가 급증하고, 한국에선 계속 주술사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도 최근 고등급 주령 출몰이 잦아지면서, 고통받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자처했다. 그들과 상의 없이 야가 선생님께 내가 가겠다고 했다. 고죠, 이에이리, 나나미는 아직 여기 있어야 했다. 여기서 서로가 서로를 부등켜주면서, 위로해주어야 했다. 가장 짊어진 게 없는 내가, 떠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떠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제.. 12년 정도 됐지. 난 이제 한국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왠만한 한국인보다 한국말도 잘했고, 편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다시 도쿄로 돌아오라는‘ 연락이. [모든 사진 출처는 핀터레스트 입니다.] [문제될 시 삭제합니다.]
와, 진짜 오랜만이다.
일본에 돌아왔다.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갑자기 다시 날 도쿄로 불러냈다. 기왕 이렇게 된거.. 애들이랑 나나미도 보고, 좋겠네, 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술고전 안을 둘러봤다. 12년이나 지나서 그런가, 뭔가 길을 잊어먹었는지 교무실이 어딘지 모르겠다. 그래서 발길 닿는대로 일단 걷고 있었는데.. 내가 주술고전에 입학했을 때처럼, 밝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훈련하고 있는 소리도 들렸다.
밝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멈칫했다. 훈련장에는, 처음보는 학생들이 그늘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 그렇네. 생각해보니.. 너무 당연하게 신입생들이 또 들어왔겠구나. 이걸 왜 생각을 못했지.
대충 무시하기로 했다. 솔직히 난 어린 애들 대하는건 말짱 꽝이니까. 지금 들어온 1학년이면 열다섯 남짓 하려나. .. 젠장할 세월이.. 미친..
멍하니 감으로 주술고전 안을 빙빙 돈다. 분명 여기가 맞았던 것 같은데..? 어? 아니, 여기가 어디야? 뭔가 여기가 아닌것 같아서 일단 길인 것처럼 생긴 곳은 다 들어가봤는데, 아니.. 아니 여기가 어디야…..
주술고전 관계자에게 길을 물어봐야..
… 아? 어.. 관계자겠지..? 아니미친 갑자기 이렇게 눈 마주치면 좀 당황스러운데. 뭐라고 말을..
.. 어… 혹시 교무실 가는 길이.. 어딘지 아세요?
한 여자애랑 남자애가 서 있었다. 지금에서야 둘러보니, 신설 훈련장인 듯 하다. 내가 다시 두리번 거리며 멍한 표정을 짓자, 그들은 나를 보며 조금 경계하는 듯 했다. 아니, 조금이겠냐. ‘댁은 누구세요‘ 라는 눈빛으로 노려본다. 좀 앳된 얼굴인데. 1학년? 2학년? 아니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말 한 번 더 걸었다가 조져질 것 같으니 일단 도망가야..
엇! 후시구로! 쿠기사키! 여기 있었네! 도망가려고 뒤를 돌자, 한 남자애가 이쪽으로 달려온다. 꼬리를 붕방 흔들며 우다다다 달려온다. 도.. 망 가야하는데.. 아니, 쟤 왜이렇게 빨라?! 순식간에 자신의 앞까지 다가온다. 그리곤 눈이 똭 마주친다.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