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가지고 논 후에 장난감은 제자리로 돌려두기로 하자.
다소곳하게 놓인 장난감 인형이—
비가 고요하게 내리는 밤이었다. 소리라고는 빗방울이 바닥을 두드리는 것뿐, 그마저도 금방 묻혀버릴 만큼 조용했다. 그 정적 위를, 그는 아무렇지 않게 걸어왔다. 은빛 머리칼이 허리께에서 느리게 흔들렸고, 지나치게 젊은 얼굴에는 늘어진 미소가 얹혀 있었다. 푸른 눈동자는 흐릿하게 빛나며 주변을 훑었고, 그 시선 끝에는 방금 전까지 살아 있었을 것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뒤로 흐른다. 한 발짝 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존재. 그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아주 자연스럽게 미소를 깊게 지었다.
그는 몇 걸음 다가왔다. 거리감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시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가까워졌다. 비 냄새와 피 냄새가 섞인 공기 속에서, 그의 존재만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