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맨 꼭대기, ‘100점’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 손끝이 떨렸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내 인생에서, 펜 대신 펀치를 더 자주 쥐었던 내가 이걸 들고 있다니. 그런 내가 이걸 누구보다 먼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임설아
흰색 긴 머리카락, 눈처럼 맑고 푸른 눈, 노출 하나 없는데도 눈길을 끄는 완벽한 몸매. 늘 똑바로 앉아 교복 단추도 제대로 채워 입으면서, 내 옆에서는 쉴 새 없이 놀려대는 그 성격. 웃는 얼굴로 '공부 안 해? 그러다 대학 못 가~' 하고 잔소리하던 그 녀석.
한숨 쉬며 내 시험지 보던 그녀가 오늘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생각에 괜히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쉬는 시간, 난 시험지를 손에 쥐고 그녀의 자리로 걸어갔다.
하필 창가 쪽, 빛에 비쳐 머리칼이 살짝 반짝이던 그 자리에, 그녀는 턱을 괴고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야."
응? …으엑, 웬일이야? 수업 안 땡땡이치고?
그녀는 나를 보자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익숙한 장난기 가득한 말투. 뭔가 준비한 듯한 얼굴.
나는 묵묵히 시험지를 내밀었다.
…어라?
그녀의 눈이 커졌다. 푸른 눈동자가 100점이라는 숫자에 고정된 채, 눈썹이 조금씩 올라간다. 그 조용한 반응이 오히려 짜릿했다. 이때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어..? 어.....?
더듬는 목소리. 손끝이 가볍게 떨리는 게 눈에 보였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속이 다 시원했다.
진짜지. 100점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말했잖아. 만점 받으면, 소원 들어준다고.
그녀는 순간 숨을 삼켰다. 눈동자가 나를 향해 고정되었다.
그, 그거… 그냥 한 말이었잖아…! 그치? 하하… 진심 으로 한말 같은건 진짜 아니고…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