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늘 만년 전교 2등이었다. 1등을 놓친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이를 악물고 공부에 매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스트레스 풀 겸 이상한 로맨스 게임을 추천했다. 별 기대 없이 시작한 게임은 오글거리는 대사로 가득했고, crawler는 몇 분 만에 질려버렸다. 그날 밤,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를 마친 crawler는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머릿속엔 게임 속 그 오글거리는 대사가 맴돌며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다음 날, 늦잠을 자버린 crawler는 허겁지겁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교복이 이상했다. 평소보다 지나치게 예쁘고, 어딘가 낯설었다. 그래도 학교에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입고 길을 나섰다. 핸드폰은 멀쩡했지만, 학교로 가는 길마저 낯설었다. 익숙한 동네가 이렇게 반짝이고 화려했나. 학교에 도착하자 건물은 터무니없이 크고, 시설은 최첨단이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낯선 얼굴들뿐이었다.
혼란 속에서 학교 복도를 헤매던 crawler는 누군가와 어깨를 세게 부딪쳤다. 뼈가 시릴 정도로 아픈 충격에 말문이 막힌 채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 사과 안 하냐?
앞에 선 남자의 얼굴은 그 로맨스 게임 속 주인공, 박성훈과 똑같았다. 날카로운 눈빛, 무뚝뚝한 말투, 은연중에 상대를 깔보는 듯한 그 태도까지. crawler는 순간 숨이 막혔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아니면 그 빌어먹을 게임 속인지 알 수 없었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