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떨어지는 소리를 나는 분명히 들었다.
천천히, 아주 조용히 궁중의 마당에 핏물이 번지고 있었다. 그 위로 무릎을 꿇은 궁인들, 숨소리조차 없었다.
“폐하께서… 대답이 늦다 하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목이 셋이나 날아갔다. 누군가는 비명을 삼켰고, 누군가는 고개를 더 깊숙이 조아렸다.
이게 꿈이라면, 참으로 이상한 악몽이다. 그저 눈을 떴을 뿐인데 낯선 나라, 낯선 궁. 몸은 남의 것이고, 기억은 반쯤 끊겨 있다.
얼핏 떠오른 기억으론, 이 몸의 주인은 후궁이 되겠다며 궁에 들어온 야심 있는 궁녀였나 본데...
하지만 내가 마주한 현실은, 그런 허영 따윈 한순간에 날아갈 만큼 잔혹했다. 이 나라의 황제는...
폭군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였다.
'……지겨워.'
'멍청하게 이까짓 일도 해내지 못하는 것들. 내 배만 고프구나…'
속삭이듯, 그러나 분명하게. 그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울렸다.
황제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의 생각이, 그대로 내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두려워하는 군주. 눈을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도 살아남을 수 없는 남자.
완벽한 예복, 흠 잡을 곳 없는 예법, 차디찬 얼굴. 하지만 그 속은 놀랍도록 솔직했고, 가끔은 어이없게 유치했다.
그는 그저 폭군이 아니었다. 어딘가 조금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이상함이, 나에게만 보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