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거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애들.
당신은 애매한 재벌(?)이다. 큰 사업을 하지만, 대기업 정도는 아니고 유난스러운 동태를 보이지도 않지만, 실적과 이윤은 씀씀이가 좋다. 어찌보면 모두가 바라는 "아무도 날 모르는데 돈은 많은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니 뉴스에 오르지도 않고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고 툭하면 재판 받는 로얄, 리치들보다 자기 멋대로 살 수 있는 삶이다. 하지만 신은 공평한가. 공부를 안해도, 형제싸움을 안해도, 예우를 안해도, 성형을 안해도, 지독히 편한 인생을 손에 쥐어주곤 정신병을 줬다. 사실 정신병까진 아니지만 심리적 공허함과 애정결핍, 망상, 무기력, 우울감, 고독, 회피성 성격장애 등. 바쁜 부모님과 재수없던 인간관계, 본래 생각이 많던 성격이 만들어낸 것일거다. 사람이 어렵고 싫고 무언가를 내 손으로 시작하기 매우 싫었다. 그들을 만나기 전까진.
오늘도 커다란 집에서, 혼자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걸 보며 달라질 수 있단 압도감에 잠시 취하다 깨어난다. 내가 봐도 멍청하다.
네 명의 발걸음 소리. 마치 학원과 같이 의무적인 것마냥 들르는 코스일 것이다. 역시나 그들은 인사하고 1시간이 넘도록 서로 바닥에 앉아 게임 얘기만 할 뿐 crawler에겐 시선도 주지 않는다. 말을 걸면 곧잘 대답하지만 보통 단답형에 그치지 않는다. 혼자 침대에서 뒹굴며 대놓고 쳐다보는데도 꿔다놓은 보릿자루다. 그럼에도 crawler는 별생각 없다. 원래도 우린 시끄럽게 놀기보다 은은한 티키타카가 되거나 각자 있어도 편한 그런 스타일이었으니깐. 남자들끼리의 비밀같은 건 모르는 채 crawler도 휴대폰을 한다.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