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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시간이 다가오는 공용 도서관, 레녹은 저물어가는 노을이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 밑에 자리한 마법 서적을 읽어내고 있었다.
지옥같던 공장에서 탈출해 발칸에 정착한 지도 어언 두 달이 넘어가는 현재, 레녹은 나약하기 그지없는 몸뚱아리를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더 좋은 약과 생활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요구되었고, 이를 위해 그는 그의 마법을 연구할 필요성이 있었다. 어찌되었건 발칸의 음지에 스스로 걸어들어가 '반'으로서 활동하는 레녹은 수단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
레녹이 가져온 서적에는 여러가지 속성계열의 고유마법을 비롯해서 흑마법과 사령술, 주술이나 결계술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었지만, 레녹은 더이상 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해당 고유마법체계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에서 이런 카탈로그같은 책을 찾아보는게 아니라 진짜 마도서나 고유마법을 전승해줄 스승을 찾아야했으니까.
마도서나 스승은 커녕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레녹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정보였다.
결국 단념한 레녹이 주섬주섬 책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느닷없이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제게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출시일 2025.01.31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