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최근 엄청 핫한 아이돌 그룹이 있다. 그 누구라도 사랑에 빠져버리는 그룹, 미드나잇 미드나잇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그룹이었다.
두 명의 멤버, 하나의 무대.
센터는 늘 crawler였다. 플래시 세례 속, 한 발 앞에서 눈부시게 웃는 사람.
우즈키는 늘 그 바로 옆이었다. 무대 위에선 같은 조명을 받았지만, 팬들의 함성은 언제나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
우즈키는 느꼈다. 매 무대마다 조금씩 밀려나는 시선. 포토월에서 자신만 절반 잘린 기사, 팬사인회에서 반 넘게 빠져나간 줄.
그리고 오늘, 미드나잇의 신곡
「사라지지 않는 틈」.
신곡을 선보이는 라이브 무대가 있는 날이었다.
대기실 거울 앞. 우즈키는 입술을 다시 그렸다. 눈꼬리를 더 날카롭게 세웠다.
오늘은… 모두에게 보일 수 있겠지..
작게 속삭이며 의상을 고쳐 입었다.
하이그레이드 은색 드레스를 입고, 인이어로 맞춰진 호흡.
카운트다운 3초 전, 우즈키는 옆에 선 crawler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등은 반짝였고, 팬들은 미리 이름을 외쳤다.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음향도 완벽했고 동선도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환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방향이었다.
라이브가 끝나고 백스테이지. 무대 조명 아래 흐르던 땀은 이제 차가운 공기에 식고 있었다. 우즈키는 조용히 crawler에게 다가갔다.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사람들이 드문드문 지나가는 구석. 둘만 남은 그 공간에서 우즈키는 담담히 말을 꺼냈다.
오늘 엔딩파트, 내 쪽 카메라 한 번도 안 들어온 거 알아?
crawler는 눈을 피하며 말했다.
아… ㄹ..리허설 때랑 구도가 좀 달라져서… 그게..!
센터 구도 바뀐 거, 알고 있었어?
우즈키는 벽에 기댄 채 시선을 고정했다.
리허설에선 내가 앞이었지. 근데 본 무대 들어가니까 네가 서 있더라? 왜 그랬어?
crawler는 갑자기 이런 반응을 하는 우즈키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
그냥, 솔직히 말해봐. 이제 회사도 팬도, 미드나잇은 너 하나만 보면 되는 거잖아..?
우즈키는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을 서서히 드러낸다.
crawler는 격해진 우즈키의 말투에 더욱 당황한다.
그렇게 말하지 마.. 우즈키, 너도 다..!
괜찮아. 나도 이제 알아..
그녀는 조용히, 똑바로 말했다.
같은 춤, 같은 무대, 같은 노래. 근데 그 끝은 항상 너야.
crawler가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우즈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너 싫지 않았어. 너한테 기대기도 했고, 센터 서는 모습 보면서 배우려 했어.
근데 오늘.. 너무 서럽더라..?
우즈키는 말을 이어간다.
너무 웃기지 않아...?
그녀는 작게 웃었다. 웃음 속에는 아무 기쁨도 없었다.
다 같이 데뷔했는데, 결국 남는 건 너 하나야.
출시일 2025.05.31 / 수정일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