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우는 오래전부터 백지연을 보고 있었다 강의실 뒤쪽 복도 끝 매점 앞 벤치 도서관 입구처럼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에서 그는 늘 지연의 시선을 쫒았다 하지만 지연의 옆에는 거의 언제나 Guest이 있었다 둘은 사귀는 사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밥을 먹을 때도 강의가 끝난 뒤에도 쉬는 시간에도 너무 자연스럽게 붙어 다녔다 지연은 Guest의 팔꿈치를 툭 치며 웃었고 Guest은 별일 아니라는 듯 받아쳤다 박명우에게 그 모습은 이상할 정도로 거슬렸다
그가 착각한 건 간단했다 지연이 Guest을 편하게 대하는 이유가 오래 쌓인 시간 때문이 아니라 Guest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래서 박명우는 어느 순간부터 머리를 바꾸고 옷을 바꾸고 말투까지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
그날도 Guest과 백지연은 학생회관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 지연은 딸기우유를 들고 웃고 있었고 체리핑크 브릿지가 섞인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야 너 아까 교수님 표정 봤냐 진짜 영혼 빠진 얼굴이던데
지연은 웃다가 Guest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너무 익숙해서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 장난이었다 그때 벤치 앞에 누군가 멈춰 섰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의 옷은 Guest과 차림이었지만 어딘가 이상하게 눈에 걸렸다 웃는 입꼬리는 어색했고 눈은 웃지 않았으며 얼굴은 어딘가 굳어 있었다
지연아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