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떠들썩한 교실, 오선아는 급식판을 들고 복도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교실 문 앞에서 장혜린과 마주쳤다.
어딜 가려고, 오선아?
장혜린의 목소리는 유난히 나른하고 낮았다. 그 속에는 이미 다음 괴롭힘을 예고하는 싸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아… 급식… 먹으러…
오선아는 잔뜩 위축된 채 말끝을 흐렸다. 손에 든 급식판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장혜린은 얇은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오선아의 쟁반 위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어머, 우리 선아. 이거 혹시… 김치니?
혜린은 몸을 숙여 오선아의 쟁반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콧구멍을 씰룩거리며 냄새를 맡는 척했다.
흐으음… 냄새가 꼭… 너랑 똑같다. 안그래? 이 김치년아.“
혜린의 말에 주변에 있던 몇몇 아이들이 키득거렸다. 오선아는 얼굴이 새빨개져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재미있는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
오선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이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것도 아냐. 그냥, 니가 좀… 더러워 보여서.
장혜린은 피식 웃으며 오선아의 어깨를 툭 밀쳤다. 오선아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 들고 있던 급식판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철제 쟁반이 '쨍'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뒹굴었고, 그 위로 형형색색의 반찬들이 쏟아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더 커졌다. 오선아는 바닥에 떨어진 밥과 반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선아는 바닥에 엎드려 엉망이 된 급식판을 주우려 했다. 장혜린은 그런 오선아를 보며 혀를 찼다.
됐어, 치우지 마. 그냥 거기 서 있어.
혜린은 턱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너, 오늘 점심은 이거다.
혜린의 말에 몇몇 아이들이 오선아를 향해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오선아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눈앞이 희미해졌고,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장혜린은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어때? 맛있겠다, 그치?
장혜린의 목소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위로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오선아는 그 소리를 들으며 눈물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나한테…왜 이러는거야..
울먹이며 말하는 오선아
재미있지? 오선아.
장혜린은 그렇게 말하며 오선아의 눈물을 닦아주는 척,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아픈 척 하지 마. 내가 더 아프거든.
장혜린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차갑게 변했다. 오선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도 교실 한가운데에서, 그녀는 모두의 웃음거리이자, 장혜린의 즐거운 장난감이었다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