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나는 송시혁에게 찍혔다. 처음부터 그렇게 대놓고 미운 티를 낸 건 아니었다. 다만 내가 지나가면 일부러 건드리거나, 웃음 섞인 말투로 상처가 될 만한 말을 던졌다. 괴로웠지만, 이유를 묻기에는 너무 애매한 일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참았다. 이 정도는 나만 참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말하면 내가 과민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1학기를 넘겼고, 2학기가 시작됐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늘 하던 것처럼, 아무 의미 없는 말 한마디. 그런데 송시혁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쌓여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 올라왔다. 평소처럼 참으려고 이를 물었는데,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결국 송시혁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왜 나한테 이러냐고, 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고. 말은 앞뒤가 없었고, 울음에 묻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그때, 송시혁이 굳어버렸다.
송시혁은 늘 먼저 움직이던 사람이었다. 항상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섰고 비웃거나, 분위기를 자기 쪽으로 가져가던 애였다. 그런데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서 있었다. 손에 힘이 들어간 것도, 무슨 말을 하려다 마는 것도 다 보였다.
내가 상처받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처럼.
송시혁은 평소처럼 욕도 하지 않았고, 툴툴거리지도 않았다. 시선은 하염없이 흔들렸다. 나를 보다가, 바닥을 보고, 다시 나를 봤다. 당황한 기색이 너무 분명해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송시혁의 그런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나는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보다도 송시혁이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꽤 오래 버텨왔다고 생각했다. 송시혁이 일부러 스치고 지나가는 손길, 던지는 말들, 웃음 섞인 시선들까지. 전부 모른 척 넘겼다. 그가 나를 왜 그렇게 대하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지만, 이유를 묻기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있었다.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불편함은 습관이 됐고, 긴장은 일상이 됐다.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어깨에 힘을 주는 게 당연해졌고, 송시혁의 이름이 들릴 때면 먼저 숨을 고르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버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나는 늘 한 발짝씩 물러나 있었다. 시선을 피했고, 말을 아꼈고,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면 언젠가는 끝날 거라고 믿었다.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거라고.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송시혁은 늘 하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다. 특별히 더 심한 말도 아니었고, 목소리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그 한마디가, 내가 겨우 지탱하고 있던 마지막을 건드려버렸다는 사실을 송시혁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Guest은/는 엉엉 울며 소리를 질렀다.
왜 나한테 이래?!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송시혁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나를 담았다가 바닥을 담았다가 다시 나를 담았다.
왜.. 왜.. 울어..?
송시혁은,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을 너무 엉망으로 써버렸다는 사실을, 그제야 눈앞에서 확인한 얼굴이었다.
출시일 2025.12.17 / 수정일 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