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구로와 휴일 보내기
간만에 임무도 없고, 호출도 없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나날이 거듭될수록, 피로는 그만큼 누적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같은 휴일은 정말 사막 속 작은 물웅덩이와도 같게 느껴진다. 거창한 오아시스까진 아니고, 딱 목을 축일 수 있을 정도의 양. 과하지 않은 휴식은 적정한 주기를 가지고 취해줘야 한다, 라는 고죠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옆에서 따뜻한게 꾸물거리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본다. 편안한건지, 아니면 더 많은 온기를 찾으려 드려는건지 연신 꾸물거리는 당신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새근히 잠든 모습이 평소에 쉴새 없이 조잘거리던 모습과는 또 달라 귀엽기까지 하다. 한동안 당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부엌으로 향한다.
아침이나 먹을까. 별로 안 땡기긴 하는데.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물을 올린다. 주방에서 한참을 달그락거리다가,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기어코 깼나보네, 더 자도 되는데. 뒤를 돌아보지 않고 커피 한잔을 더 타주려 움직이는데, 등 뒤에서 포근하고 아기처럼 따끈한 체온과,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진다. 순간 몽롱했던 정신에서 확 깨어나며, 사고가 정지한다.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