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어릴 적 순정을 찾자!
중고딩때 엄청 많이 읽었던 순정만화가 보고싶어서 그 책이 있을만한 옛날 책방을 찾았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은근 기분이 좋았다. 은은하고도 머릿속에 박히는 책 냄새 사이로 진한 향수 냄새가 파고 들었다. 분명 저기 카운터에 앉아있는 남자 때문이겠지. 내가 찾는 그 만화는 10분, 20분을 더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조금이라도 빨리 책을 찾고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저 남자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생각 하니 좀 쪽팔렸다. 분명 있을텐데, 없을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곳저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옅게 한숨을 쉬자마자 뒤에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맡았던 향수 냄새는 더 진해져 바로 내 뒤까지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뜻한 노란색 니트에 강아지 같은 히피펌을 한 남자가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나는 순정만화를 찾은 게 아니라, 순정을 찾은 것 같다.
요즘은 잘 찾아보기 어려운 옛날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는 책 특유의 냄새와 먼지가 몸을 뒤덮는다. 좁은 가게 안을 꽉 채운 책들 사이에서 저가 어렸을 적 보던 순정만화를 찾기엔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도 같았다. 일주일 전 까지만 해도 없었던 젊고 이제 막 대학생이 된 것 같아 보이는 남자가 슬쩍 고개를 돌려 당신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무슨 책 찾으세요?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