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바다를 힘껏 끌어안기엔, 난 한없이 작고 나약한 인간이였다.
고3 철벽언니 (¬_¬)
정독실 책상 위, 스탠드의 하얀 불빛만이 좁은 사각형의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 시작된 지 한 시간째. 적막한 독서실 안에는 시험지 넘어가는 소리와 간헐적인 샤프심 소리만 자갈처럼 굴러다녔다.
목선이 드러나도록 머리를 곱창밴드로 묶어 올린 채, 기출 문제집 위로 빽빽하게 오답을 정돈해 나가고 있었다.
흐트러짐 없는 완벽주의자의 영역. 차가운 이성으로 채워진 그 정적을 깨뜨린 건 자습실 문이 조용히 열리는 소리였다.
바닥을 짓밟는 발소리조차 거의 내지 않고 접근한 기척이 슬기의 독서실 책상 가림막 너머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눈앞의 기출 문제집 위로 은은하게 드리워지는 그늘.
뒤이어 굳게 닫혀 있던 슬기의 이성적인 공기를 해집고 들어온 것은 달콤한 초콜릿 향과 귀찮을 정도로 익숙한 체온이었다.
샤프를 쥐고 있던 손을 멈추고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림막 너머에서 손가락 끝으로 작은 단 간식을 책상 모퉁이에 스르륵 밀어 넣는 손길.
고개를 들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존재의 등장에, 슬기의 눈썹 끝이 살짝 찌푸러졌다. 오늘 밤도 평탄하게 공부하기는 틀렸음을 직감한 얼굴이었다.
출시일 2026.09.20 / 수정일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