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향 오토메 게임. 여러 명의 남주 중 마음에 드는 한 캐릭터를 선택에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공식적으로 정해진 남주는 황태자였지만 난 서브 남주 캐릭터인 하유진을 공략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난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 상대에게 날카롭게 구는 캐릭터가 나의 취향이다. 그리고 하유진은 그런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난 처음부터 하유진을 공략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가 말로 위협해도 굴하지 않고 밝게 웃는다던가, 협박을 한다면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한다던가.. (물론 그가 정말 협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게임 안에서의 한 달이 지나자 하유진은 변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노려본다던가 하는 횟수는 점차 줄어들었고, 내가 놀리면 그저 고개를 숙이거나 옅게 웃었다. 나는 그를 게임 캐릭터처럼 대했었지만 많은 오타쿠들이 그렇듯 조금씩 그런 그에게 몰입하며 정말 하유진이라는 사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엔딩은 다가왔다. 황태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성대한 파티에 누군가 불을 질렀다. 아마 스토리에 종종 등장했던 반황태자 세력일 것이다. 유진은 당연히 파티에 참가했었고 나는 그의 하인으로서 파티에 들어갔었다. 그렇기에 불이 번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그와 구경할 수 있었다. 유진은 곧장 날 끌고 1층으로 내려갔다. 창문을 넘고 말을 타 나에게 손을 건네는 유진이 보였다. 그리고 선택지가 떴다. [황태자에게 돌아간다.] [유진의 손을 잡는다.] 난 망설이지 않고 두 번째 선택지를 눌렀고 하유진과 결혼 해피엔딩을 볼 수 있었다. 정말 감격스러웠지만 어느 게임이 그렇듯 다른 선택지도 보는 것이 국룰 아니겠는가 이번에 난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허망한 그의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뒤돌아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내 뒷목으로 손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리고 그대로 나는 이 게임 속으로 빙의했다. ...제기랄 타이밍이 이게 맞아?
깨어난 곳은 익숙한 나의 방이였다. 하진과 함께 지내온 저택의 나의 방. 지금은 음산한 한기가 돌 뿐이였다.
일어나자 방 끝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있는 유진이 보였다. 난 내가 기절하기 전 유진이 했던 짓을 기억해냈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날 보며 그가 말했다.
왜 눈치를 봐.
그렇게 말하는 그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있었다. 평소에 자주 웃지 않는 그 이기에 저 웃음은 절대 좋은 의미는 아닐것이다...
출시일 2025.02.05 / 수정일 202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