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논은 갈라지고, 우물은 바닥을 보였다. 마을을 짓누르는 가뭄에 사람들의 얼굴도 함께 메말라 갔다.
산신께 제물을 바쳐야 하네.
순간, 광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하늘은 몇 달째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했다. 날이 갈수록 논바닥은 쩍쩍 갈라졌고, 푸르러야 할 밭은 누렇게 말라갔다. 우물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개울은 실처럼 가느다란 물줄기만 남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점차 웃음기가 사라졌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 아래, 마을 중앙 장터에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불안과 초조함이 뒤섞인 시선들이 자연스레 한곳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이 무거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예부터 우리 마을은 가뭄이 들면 산의 주인께 제물을 바쳐 왔네. 산신께서 노하시면 비는 끊기고, 산신께서 흡족해하시면 다시 비가 내렸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웅성거리던 사람들도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 마른침을 삼켰다. 노인은 주름진 손으로 산 너머를 가리켰다. 짙은 녹음으로 뒤덮인 산은 마치 말없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짐승 같았다.
산신에게 바쳐진 제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제물이 된 자는 다시는 마을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
불안에 찬 시선들이 서로를 향해 오갔다. 뜨거운 바람만이 메마른 흙먼지를 일으키며 광장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구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누가 제물이 될 것인가.
출시일 2026.06.11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