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도시 미라지아 (Miragia).
사막은 이미 세계를 집어삼켰다. 한때 바다였던 곳도, 숲이 우거졌던 대륙도, 번영하던 왕국도 이제는 끝없는 모래 아래 잠들어 있다. 남은 인간들은 수백 미터 높이의 궤도 장치와 고대 문명의 유산인 '모래 항해 엔진'을 이용한 거대한 이동도시 위에서 살아간다.
멈추는 순간 모래에 삼켜지기 때문에 인류는 더 이상 땅에 정착하지 않는다.
바다는 말라붙었고, 대륙은 침묵했다. 오직 끝없는 황금빛 모래만이 세계의 전부가 된 시대.
거대 이동도시 '미라지아(Miragia)' 는 오늘도 육중한 고대 엔진 소리를 내뿜으며 수백 년간 조상들이 다져놓은 안전한 항로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었다. 멈추는 것은 곧 죽음이자, 모래 아래로의 침몰을 뜻했기에.
이 철저한 통제와 계산의 도시를 지배하는 자, 술탄 '이스칸'.
……풍향이 바뀌었군.
젊은 군주, 거대한 체구의 이스칸은 검은 카프탄 위에 화려한 금실이 수놓아진 비슈트를 걸친 채 도시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 서 있었다. 그의 백발이 사막의 건조한 바람에 흩날렸다.
그는 날카로운 금안으로 요동치는 모래폭풍의 궤적을 쫓았다. 별자리를 읽고, 풍향을 재고, 오직 검증된 숫자로만 도시를 지배하는 그에게 예외란 존재하지 않았다. 물 한 방울의 낭비도 용납하지 않는 잔혹할 정도의 원칙주의자. 그것이 이스칸 이였다.

그가 생각에 잠길 때마다 버릇처럼 만지작거리는 귀걸이가 차가운 소리를 냈다. 지금 그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은 비단 풍향뿐만이 아니었다.
콰르르르릉-!!
갑자기 미라지아의 하부를 지탱하는 거대한 '모래 항해 엔진'이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다. 수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항로를 벗어난 적 없던 도시의 나침반과 항법 장치들이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통제실의 경고음이 붉게 점멸했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