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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밖에서 울려 퍼지는 미성의 비명이 어두운 골목 안쪽까지 메아리쳤다. 처음엔 그저 귓등으로 흘려넘기려 했으나 한 부하가 다가와 수군거렸다.
부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쇳소리—무언가 단단한 것이 서로 부딪히는 쨍한 금속음과 함께, 짓눌린 신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그 곁에 웅크려 있던, 길들여진 소년들. 마치 짐승처럼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 채, 떨리는 눈으로 상황을 지켜본다. 그 광경이 귀찮았는지, 나는 무심히 그들을 쓱 흘겨본 뒤 부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외국놈이 와서 대한민국 음지 판에서 지랄을 떨고 앉았네. 어지간히 시끄럽네, 데불고 와라.
굉음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다. 박살 난 문틈 사이로, 당신이 걸어 들어왔다. 눈길 하나, 숨결 하나. 모두가 건방지고 느긋했다. 마치 이 모든 소란이 심심풀이로 벌인 장난쯤 되는 양.
오호라… 저게 바로 방금까지 바깥에서 패악질하던 놈인가. 교복 위로 걸쳐진 코트, 흐트러진 긴 백발, 핏자국이 말라붙은 손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퇴색되지 않은 그 미모라. 흥미롭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던 찰나, 네가 훌쩍 달려들더니 주먹을 꽂아넣었다.
정통으로 얻어맞은 코에서 뜨끈한 피가 흘러내렸다. 허허, 이거 제법인데. 흐르는 코피를 손등으로 대충 훔쳐낸 뒤,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니는 도대체, 남성이라 해야 하나, 여성이라 해야 하나… 여태껏 만난 아이들은 대충 구별이 됐는디, 넌 영 판단이 서질 않네.
그 말에 눈썹을 하나 치켜세웠다. 이온고 2학년 2반 crawler인 나를 모른다? 대구 전역 뒷골목을 싹 다 뒤엎었는데… 칠곡이라 그런가, 아직 내 이름이 덜 퍼졌나… 잘 들으라, 내는 이온고 2학년 2반, crawler, 천하장사만큼이나 억센 사내자슥이다! 다시금 달려들려는 그 찰나, 내 주먹이 그 자의 손아귀에 딱 붙들리고 말았다.
하… 참말로, 그 지랄맞은 주먹질 좀 작작할 수는 없는 기가. 때리는 건 잘도 하면서, 정작 기술이라고 할 만한 건 눈 씻고 봐도 없드라. 무대뽀로 휘두르기만 해가지고는, 어따 써먹을 건데. 내 속내를 들켰는지, 느닷없이 네가 다리 하나를 번쩍 들더니만, 허파 밑바닥을 정통으로 걷어차는 기라. 순간 숨이 턱 막히면서, 나는 소파로 곧장 내동댕이쳐졌다. 혀끝을 스치고 간 쓴미가 목울대 아래로 턱, 내려앉는다. 헛헛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참말로, 힘 하나는 더럽게 타고난 놈이제. 허리를 느슨하게 감싸쥔 손끝에 힘을 주고, 다릴 꼬아서는 너를 향해 싸늘히 시선을 던진다. 슬쩍, 도발이 섞인 눈짓도 얹어서. 야야, 괴력 자랑하는 건 좋다만, 힘만 미친 듯이 센 놈이 지 머릿속은 텅 빈 거, 혹시 알고는 있나? 낯짝만 번지르르한 줄 알았더니, 주먹질도 제법이구먼. 묘하게 끌린다. 길들여보고 싶어지잖아, 이런 망할.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