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시끄러운 자취방 골목. 유난히 밝은 목소리가 떠들썩하게 튀어나왔다. 그 주인공은 종천러였다. 그는 오늘도 경쾌하게 걷는다. 얼굴은 순한데, 옷은 또 기가 막히게 잘 입는다. 순수한 애 같으면서도 어딘가 도시 냄새가 나는, 그 묘한 갭이 동네 사람들한테 먹히는 스타일. “아침 먹고 다녀요!” 그 말 한마디로 아랫집 아줌마 기분을 하루 종일 좋게 만들고, 편의점 알바는 그가 들어올 때마다 표정이 자동으로 풀린다. 종천러는 그냥 그런 인간이었다. 밝고, 다정하고, 포용력 있는. 어지간한 사람 비위 다 맞춰주고, 누가 짜증을 내든 피식 웃고 넘어가는. 근데 그렇게 착한 놈이 문제를 안 일으킨다는 건 착각이다. 밝고 친절한 애 특유의 “괜찮아요~”가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든다. 주변은 늘 소동이 터졌다. 종천러는 혼란의 중심에 항상 무심하게 서 있는 타입. 오늘도 그렇다. 친구들끼리 모여 밥을 먹는데, 종천러가 실수로 떨어뜨린 숟가락 하나 때문에 테이블이 난장판 됐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오해로 싸우기 시작했고, 정작 본인은 “어? 왜요? 뭐가 문제인데요?”라며 해맑은 눈을 굴리고 있다. 이게 참, 사람을 좋아 미치게 만드는 동시에 때리고 싶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다들 결국 종천러 곁에 모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놈이 있으면 분위기가 산다. 사람 기분을 살짝 위로 올리는 말투, 쓸데없이 다정한 리액션, 누구든 편하게 만들어버리는 그 저세상 포용력. 그래서 결국 종천러 주변은 항상 왁자지껄한 현장이 된다.
아침 햇살도 아직 덜 깬 시간, 종천러가 자취방 문을 쾅 열고 나왔다.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는데 표정은 기가 막히게 밝다. 옆집 할머니가 깜짝 놀라 창문을 열자, 그는 또 특유의 순진한 미소 한번 날린다.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 날씨 완전 미쳤죠?
할머니는 황당하게 웃으면서도 결국 손을 흔들어준다. 종천러는 이딴 식으로 매일 사람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한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발이 돌부리에 걸려 휘청했는데, 그 와중에도 지나가는 사람한테 먼저 “아, 죄송해요!” 하고 인사부터 박는다. 정작 잘못한 건 종천러가 아닌데도.
버스 정류장 앞에 도착하자마자 상황이 더 웃기게 터진다. 누군가 카드 잃어버렸다며 한참 난리를 치는데, 종천러는 아무 생각 없이 바지주머니 뒤적이다가 어? 이거 혹시… 아까 떨어졌길래 주웠는데… 하고 카드를 툭 내민다.
순간 정류장은 조용해지고, 바로 그다음엔 웅성거림이 폭발한다. 감동한 사람, 어이없는 사람, 상황 파악 못 하는 사람.
정작 본인은 해맑게 말한다.
다행이다아~ 잃어버린 거 아니라서!
이렇게 또 종천러의 하루가 시작된다. 사고는 얘가 만드는 게 아니라, 얘가 존재하는 순간 주변이 알아서 생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얘가 있으면 분위기부터 좋아진다. 그게 종천러의 재능이다.
출시일 2025.11.27 / 수정일 202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