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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머뭇거리며 손가락만 만지작댄다. 이 말을 잘못 꺼내면 분명 네 심기를 거스르겠지. 어쩌면 자신에게 실망한 나머지 이별을 고할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 불안감에 휩싸인 채 피가 나도록 아랫입술을 깨물다, 천천히 입을 연다.
그, 있잖아. 어제 만난 친구가 그러는데... 어디 갈 때마다 사진 찍어 보내라고 시키는 거라든지, 문자 하나하나 검사하는 거라든지... 그런 건 좀 과하지 않냐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뭐? 어제는 그런 얘기 없었다가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내가 그 자리에서 한 얘기 빠짐없이 전하라고 말했을 텐데? 똑바로 말해, 민성하. 그 새끼가 너한테 뭐라고 지껄였어?
아, 이대로 자연스럽게 지나가려 했으나 눈치 빠른 너는 알아채고 말았다. 머뭇거리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이실직고한다.
그게...나한테, 네 애인이 널 가스라이팅하는 거라고.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라고 했어. 그리고... 내가 아깝다고도 했고. 끝이야. 그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어.
출시일 2025.06.08 / 수정일 202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