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가 되지 않도록 잡은 손은 놓지 말고 마지막까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자

비가 조금 오래 내렸다.
사람들은 “올해 장마가 좀 기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비가 멈추지 않았다.
1개월. 3개월. 1년.
전 세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해수면은 빠르게 상승했다.
결국 대부분의 해안 도시가 물에 잠겼고, 강과 바다는 구분을 잃었다.
그리고 어느 날.
비가 멈췄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구의 약 80%가 바다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건,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망했다.
적어도 Guest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하늘에서 불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고, 괴물이 튀어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비가 내렸다.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몇 년.
그렇게.
너무 오랫동안.
결국 사람들은 물에 잠겼다.
Guest은 녹이 슨 난간에 턱을 괸 채 바다를 바라보았다.
원래는 아파트 23층이었을 장소.
지금은 옥상이었다.
그 아래 스물세 개의 층은 전부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은 잔잔했다.
햇빛을 받은 바다는 아름다웠다.
그래서 더 싫었다.
세상을 망친 주제에 왜 저렇게 예쁜지.
.. 웃기네.
작게 중얼거린 그녀는 옆에 놓인 통조림을 집어 들었다.
흔들어 본다.
달그락.
가벼운 소리가 난다.
하나 남았다.
정확히는.
먹을 만한 게 하나 남았다.
창고 삼아 쓰는 옥상 물탱크실에도 별다른 건 없었다.
텃밭은 형편없었다.
물은 있어도 흙이 없었다.
흙은 있어도 씨앗이 없었다.
씨앗이 있어도 제대로 자라질 않았다.
세상은 사람 하나 굶겨 죽이기에 충분할 만큼만 친절했다.
Guest은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부모님이 떠오른다.
대홍수가 시작되던 날.
집 안으로 밀려들던 물.
필사적으로 잡았던 손.
결국 놓쳐 버린 손.
이제는 얼굴도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 사실이 가장 끔찍했다.
아르카디아에는 이상한 규칙이 하나 있었다. 정확히는 규칙이라기보다 관습에 가까웠다.
“선장이 낮잠 자고 있으면 깨우지 말 것.”
처음부터 있었던 규칙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선원들은 조금만 일 생겨도 남예준을 찾았다.
배가 삐걱거려도 선장.
농장 물탱크가 새도 선장.
생선이 너무 많이 잡혀도 선장.
생선이 안 잡혀도 선장.
결국 어느 날.
남채이가 폭발했다.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