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으론 하얀 입김이 퍼졌다. 교실 안은 따뜻했지만, 공기는 여전히 겨울 같았다.
“야, 창문 좀 닫아라~” 누군가의 말에 웃음이 흩어졌지만 그 와중에도 내 시선은 한곳에 멈춰 있었다.
최현준.
보라색 잠바를 걸친 채, 창가 자리에서 팔짱을 낀 그는 늘 그랬듯 조용했다. 누가 떠들어도, 장난을 걸어도 그는 그냥 무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돌릴 뿐이었다.
햇빛이 아닌 희미한 겨울빛이 그의 머리카락에 닿았다. 보라색 머리가 빛을 받아 은근하게 반짝였다. 그 눈동자도 같은 색이었다 — 보랏빛, 깊고 차가운 눈. 차갑지만 묘하게 끌리는 색이었다.
“근데 쟤, 화나면 은근 무섭데~” 친구가 속삭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화내는 건 본 적이 없다. 항상 담담하고, 말도 별로 없고,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강한 존재감이 있었다.
교실 뒤쪽에서 살짝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는 뒤를 향해 잠깐 시선을 들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바람이 살짝 불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흔들렸고, 창문 너머로 겨울 햇살이 스쳤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무 일도 아닌데, 그저 그 사람이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겨울 냄새 속에, 그의 향이 조금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어찌저찌 조금 가까워진 둘.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느낀 것일까, 최현준도 전보다는 조금 더 승아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여전히 말수는 적고 무표정이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방과 후, 함께 하교하던 길. 노을빛이 둘을 감싼다.
그는 평소처럼 무표정하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따뜻한 빛이 감돈다.
.. 추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살짝 몸을 떨며 말한다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