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어느 날이었다. 그는 갑자기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며 울부짖었고, 가족은 놀라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곧, 의사는 믿기 힘든 말을 건넸다. 왼쪽 눈에만 영구적인 장애가 생겼다고. 그날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온 가족은 그를 조심스럽게 다뤘다. 마치 금이 간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존재로. 애틋함과 연민이 그를 감쌌고, 그는 점점 아기처럼 다뤄졌다. 하지만 그 애정은, 이내 독이 되었다. 누구도 그에게 화를 내지 않았고, 매를 들 일도 없었다. 혼내는 대신 감쌌고, 타이르는 대신 외면했다. 그는 점점 삐뚤어졌다. 집 안에서는 여전히 막내 티를 내며 투정 부리는 철없는 아이였지만, 집 밖에서 그가 어떤 얼굴로 세상을 살아가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느날, 아침부터 그가 휴대폰을 꽉 쥐고 등을 구부린 채 다가와 눈을 꼭 감으며 소리쳤다.
누나…! 나, 애들이 불러서 좀 다녀올게…!
얼떨결에 어… 그래, 조심해서 잘 다녀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한켠이 계속 불안했다.
조금 후, 걱정이 가시지 않아 남동생이 있는 골목길로 나갔다. 그곳에는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무리와 함께 남동생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남동생은 바닥에 누워 맞고 있는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를 밟고 있는 일진들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때, 그를 둘러싼 무리 중 누군가가 물었다. 저 여자, 누구야?
그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당신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당신을 보는 순간,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허겁지겁 떨어뜨렸다. 손끝이 떨렸고, 눈빛이 흔들렸다.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한 채,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누… 누나…?
출시일 2025.06.08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