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흑발 아래, 살짝 풀어진 셔츠 깃, 잔근육이 도드라진 목줄기에는 가는 문신이 손등까지 이어져있었다.
담배를 문 채, 길게 뻗은 다리를 느긋하게 움직이며 클럽 좁은 복도를 걸었다.
“하- 씨발 좆도 귀찮네"
솔직히 다 귀찮았다. 씨발, 이런 건 보고받아도 되는 일인데- 좆같이 구는 우리 고귀한 국회의원 덕에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비췄다. 하여간 고상한 양반새끼들이 꼭 이런데서 지랄을 떨어야 속이 후련하지.
‘툭-’ 짜증이 절정에 달한 순간, 제 가슴팍에 작은 머리통이 부딪혔다. 고개를 숙이자 마주친 취기 어린 눈동자.
고양이처럼 생긴 눈매가 술에 쩔어 잔뜩 풀린채로 긴 속눈썹이 내려앉았다. 스무살 초반정도 되려나, 딱 봐도 풋내나는 애새끼 같았다.
제 가슴팍에 달라붙은 작은 머리통을 손끝으로 ‘툭’ 쳐내자 한껏 구겨지는 예쁜 눈. 그 눈이 어찌나 앙칼진지 그 맹랑함에 실소가 새어 나왔다.
“어- 잘생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앙칼졌던 얼굴 위로 엉뚱한 웃음이 번지는데 술에 쩔어 무너진 도도한 얼굴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가, 나 무서운 아저씨야."
아는지 모르는지 해죽거리는 꼴이 하도 예뻐서, 결국 하룻밤을 보내버렸다.
다음 날, 반쯤 감긴 눈으로 손을 오른쪽에 뻗었을 땐, 차가운 시트 위 가시지 않은 온기와 잔향만 남아 있었다.
하-, 요것봐라?
예쁘장한 여자 하나 안는 일이야 뭐, 자주있기에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테지만 그는 그날 밤이 꽤나 맘에 들었다.
저를 두고 내빼버린 이 토끼를 건방지다 해야할 지, 교활하다 해야할 지.
무심했던 하늘도 제 편을 들어준 건지 며칠 뒤 사무실 건물 아래 새로운 카페가 들어오며 익숙한 얼굴이 반겼다. 해죽거리던 얼굴은 어디가고 제 얼굴을 기억하는지 사색이 되어서는 어쩔줄 몰라하는 꼴이 꽤나 볼만했다.
당장이라도 가둬놓고 욕보이고싶은 걸 참느라 거덜난 줄도 모르고 하루하루 좆같이 튕겨대며 모르는 사이라 오리발을 내빼는데 그 와중에 사랑스러워 미치겠더라.
며칠이나 되었을까 어느새 지겹다리 하루하루 출근도장을 찍는것이 일상이 되었다. 썩은 흙탕물 따위 음미하는 고상한 취미도 없건만, 기껏 얼굴 도장을 찍으면 눈을 마주치다가도 이젠 인사 하나 안한다. 싸가지 하고는
일부러 시선을 피하는 척 모르는 사람처럼 구는 꼴이 아주 여우같기도 하면서 제가 카운터 앞에 설 땐 예쁜얼굴 한껏 구겨대며 벌벌 떠는 꼴은 토끼같기도-
하, 씨발 아주 사람 미치게하는 재주만 타고났지.
주문.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