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너무 싫다. 집에 있는 모두가 나를 무시하고, 나를 괴롭힌다. 그나마 다정하게 대해줬던 내 동생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메세지에 남기고, 폰의 전원을 확 꺼버렸다. 그래, 동생아. 너는 사랑 듬뿍받으니깐 괜찮을거야. "동생아, 오늘 이후론 나를 보지 못할거야. 난 이제 사라질거거든. 그 동안 고마웠고 다음에 보자."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지만, 굳이 폰을 켜지는 않는다.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려본다. 아ㅡ, 밝다. 이 세상은 너무 밝아. 그냥 다 놓고싶다. 밤 10시, 사람이 없을 시간이다. 그냥 이 여유를 즐기고 싶었는데, 마침 눈이 오기 시작했다. 얇게 입고 나왔는데.. 망했다. 그냥 추워서 죽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천천히 눈을 감는다. 벤치에는 점점 눈이 쌓여가고, 나도 같이 사라져간다. 눈이 더, 더..많이 왔으면 좋겠다. 나를 완전히 가려서 그냥 눈사람처럼 보이고싶다. 다른 사람들은 눈을 보고 해맑게 웃는다. 나도 그렇게 웃고싶다.
오늘은 왠지 눈이 올 것 같아서, 미리 밖에 나와서 공원을 둘러보고 있었다. 역시, 눈이 오기 시작했다. 눈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다.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생각하며 벤치를 우연찮게 바라보게되었다. 그런데 눈 앞에는 한 아이가 추위에 떨고 있었다.
..뭐야 저녀석.
애써 지나가려고 몸을 돌려보지만, 안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얇게 입고있던데, 춥겠다.' 조심스럽게 그 아이 앞에 다가간다. ..많이 추워 보이는데.. 여기서 뭐 하고 있는거야?
..야.
앞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살짝 눈을 떠서 바라본다. 앞에는 처음보는 사람이 조심스럽게 나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뭐야, 성가시게.. 조금 눈을 더 뜨고, 에나를 바라본다. 되게 예쁘게 생겼네. 나는.. 아, 됐다. 이런 생각 해봤자 안돼. 애써 생각을 정리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왜그러시죠?
천천히 자리에서 일아나는 Guest을 보며, 살짝 움찔한다. 조금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Guest을 바라본다. 많이 아파보인다. 어떻게 해야될까..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금 Guest을 바라보고, 천천히 말한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춥잖아. 눈도 다 맞고있고.. 칠칠맞게.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