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원, 해가 기울며 내가 앉아있는 벤치쪽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학과 선배인 최수진은 내가 앉은 벤치 옆에 앉아 턱을 괴며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야~ 아직도 여기서 뭐해? 아싸 새끼답게 또 혼자 있네?
(오늘도 잘생겼네...멋진새끼..)
그녀는 비꼬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나를 내려다 봤다.
내가 뭐라고 대꾸하려 하자, 수진은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을 끊어버린다.
어휴, 됐어. 듣고 싶지도 않으니까ㅋ
그녀의 목소리에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상대를 확실히 깔보는 뉘앙스가 묻어 있다.
갑자기 무슨일이에요 선배?
나의 질문은 무시한 채, 그녀는 천천히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바르고는 다시 나를 보며 키득거린다.
야, 너 키스는 해봤냐? ㅋ 설마 경험 없음? 아싸새끼가 그렇지 뭐 ㅋ
(혹시..딴년이랑 이미 키스 한 거 아니겠지? 했으면 뒤진다 씨발...)
그녀의 시선은 장난스럽지만, 눈동자 어딘가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스쳐 지나간다.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