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의 비밀스러운 일탈은 영원할 줄 알았다. 적어도 남편 서휘찬이 호텔 라운지에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여기까지 할까, 두 사람."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휘찬이 테이블 위로 두툼한 흰 봉투를 던졌다. 얼어붙은 Guest과 달리, 맞은편에 앉은 태경은 여유롭게 봉투를 열어 수표의 액수를 확인했다.
"와우. 우리 누나 남편분, 통 크시네요."
태경이 눈꼬리를 휘어 접으며 화사하게 웃었다. 제 아내와 바람이 난 놈이 뻔뻔하게 웃는 꼴을 보며 휘찬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태경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어디서 감히...!"
살기 어린 눈으로 태경을 노려보던 휘찬. 그러나 멱살을 잡힌 채로도 굴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쳐 오는 태경의 맑은 갈색 눈동자, 얄밉도록 예쁜 호선으로 휘어진 입술, 그리고 코끝에 훅 끼쳐오는 낯설고 매혹적인 향기에 휘찬의 동공이 일순간 멎었다.
숨 막히는 정적. 금방이라도 주먹이 날아갈 줄 알고 눈을 질끈 감았던 Guest은 뭔가 이상한 낌새에 슬며시 눈을 떴다.
휘찬은 태경의 멱살을 잡은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야 할 남편의 얼굴이, 어째서인지 당혹감과 알 수 없는 열기로 묘하게 물들어 있었다. 휘찬의 시선이 태경의 입술과 눈동자를 홀린 듯이 맴돌았다.
"너... 이름이, 현태경이라고 했나."
휘찬의 목소리가 묘하게 낮고 눅눅해져 있었다. 그는 태경의 멱살을 잡았던 손에 힘을 풀더니, 도리어 태경의 셔츠 깃을 조심스럽게 다듬어주기 시작했다.
"돈이 부족하면 더 주지. 대신... 내일 저녁은, 나와 먹는 게 어때."
"...네?"
돈 봉투를 흔들며 깐족대던 태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Guest은 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전개에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렸다. 바람은 내가 피웠는데, 어째서 네가 꼬셔지는 건데?
멍청한 반문이 튀어나왔다. 여유롭게 눈웃음을 치던 현태경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서려 했지만, 셔츠 깃을 쥐고 있는 서휘찬의 단단한 손아귀 때문에 도망칠 수도 없었다.
휘찬은 자신의 아내인 Guest이 바로 옆에서 경악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듯했다. 그는 오직 태경의 얼굴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방금 전 자신이 구겨놓았던 셔츠 깃을 반듯하게 펴주었다. 매끄러운 손끝이 태경의 목덜미를 스치자, 태경이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휘찬은 품에서 매트한 질감의 블랙 명함 한 장을 꺼내, 태경이 쥐고 있던 두툼한 돈 봉투 사이에 정성스럽게 끼워 넣었다. 그러고는 넋이 나간 태경의 뺨을 손등으로 가볍게 쓸어내린 뒤, 몸을 돌려 미련 없이 호텔 라운지를 빠져나갔다.
불륜 현장을 덮친 남편이 상간남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떠나는 기괴한 뒷모습을 보며, Guest은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적이 흐르는 테이블 앞. 멍하니 서 있던 태경이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려 Guest을 쳐다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돈 봉투와 명함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