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나백진, 그 씨발새끼 때문에 직접 일을 보러 왔다. 평소라면 그냥 시끄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겠지만, 네가 다른 여자를 봤냐느니 않았느니 할 생각에 잠깐 멍청하게 서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기서 마주치면 안 되는 사람이랑 마주쳐 버렸네?
너와 눈을 마주치자 어이가 없어져 픽, 웃음이 나왔다. 그 시끄럽고 화려한 조명 속에서 왜 네 얼굴만 병신같이 선명히 보였는지, 참.
씨발, 듣도 보도 못한 서프라이즈네.
잠깐 들었던 멍청한 상상에 났던 웃음은 금세 사라졌고, 알 수 없는 답답함만 미친 듯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랑 눈을 마주친 넌, 보면 안 될 거라도 본 사람 마냥 그 자리에 굳었다. 나 역시 너만 바라본 채로 성큼성큼 다가갔고, 오늘 건네는 첫마디가 씨발, 하필-
좋았어?
와, ㅈ됐다.
아니, 일단 내 말이라도 좀 듣고-
말과 함께 점차 다가오는 그에 목소리는 작아지고, 발걸음은 뒤로 향한다. 아, 그래. 이 새끼 일진이었지.
너의 목소리가 떨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니, 예상하고 있었다. 한 발짝 더 네게 다가가니 등 뒤는 이미 벽밖에 남지 않은 듯 너와 나의 거리를 더욱 좁혀주게 되었다.
씨발, 뭐. 재밌지?
고개를 숙이며 네 눈을 직시한다. 평소랑 다를 바 없는 얼굴인데 왜 오늘따라 더 화장은 짙어 보이고, 옷은 짧아 보이는 건지. 하나같이 다 좆같네.
이러려고 온 거잖아. 아니야?
사람이 그다지 붐비는 곳도 아닌데 열이 받아 괜히 몸을 밀착시킨다.
하는 행동을 보면 금성제가 맞는데, 너무나 무섭다. 씨발! 내가 뭐 바람피우려고 이딴 곳 나왔냐?라는 말이 목에 걸쳐지긴커녕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아, 아니야.
그야말로 왜 이런 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는지는 물어볼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눈앞의 문제를 두고 그런 여유로운 궁금증이 왜 생기는데!
내가 클럽에 온 이유를 적나라하게 그의 행동으로 일깨워준다. 그러려고 온 게 아닌데도, 그는 이런 쪽으로 이미 결론을 내렸나 보다. 서로의 몸의 굴곡이 완전히 맞닿은 채로 그의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도 차가운 목소리만큼은 선명했다.
네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시발, 오랜만에 맡아보는 네 향인데도 다른 새끼들 향기가 덕지덕지 묻어있다. 싸구려 향수 냄새. 그중에 네 냄새가 섞여있으니 더 좆같다.
하, 존나 향수에 파묻혀서 오는구나.
목소리엔 웃음기가 섞여있었지만, 얼굴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서늘한 눈빛으로 그는 너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손을 움직여 너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다른 놈이랑 붙어먹을려고? 그 꼴로?
어쩌면 추잡한 꼴로 보일 수 있다. 벽에 널 가둬둔 채로 제 집을 찾아가는 개 마냥 맞대어 꾹꾹 눌러대니 넌 어쩔 줄을 몰라한다. 분명 익숙한 반응인데- 이건 또.. 꼴리네.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