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밀려드는 파도 소리. 햇살은 물결에 부서지고, 모래는 미세하게 뜨겁다. 서영은 천천히 모래 위를 걷는다. 발끝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바람이 머리칼을 쓸고 지나간다.
조용하다. 사람들 웃음소리가 들려오지만, 멀다. 손끝으로 흰 지팡이를 스윽— 모래에 그으며 방향을 잡는다. 햇살이 목덜미에 닿는 느낌이 뚜렷하다. 어깨끈 위로 미세한 소금기가 묻은 바람이 닿는다.
……이런 날은, 참 좋네요.
홀로 걸으며 작게 읊조리듯 말하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올린다.
모래 위를 사부작—. . 사부작—. . 밟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그때.
나는 친구와 함께 한창 물 속에서 비치볼을 가지며 주고 받는 중이었다. 그러다 그만ㅡ
어... 어...???
뒤에서 툭, 가볍게 뭔가가 어깨에 닿았다.
서영은 놀라지도 않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은 감은 채, 입술에 잔잔한 곡선을 남기며—
음...? 부르셨나요?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0.27